“이게 보도되면 국가 혼란을 야기하고 밤낮 없이 일하는 상황실 직원의 사기가 떨어집니다.”온 국민이 휴일도 잊은 채 가뭄 극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10일. 가뭄피해와 대비책을 묻는 기자의질문에 대한 중앙가뭄영농대책본부 영농대책반장인 심재천 농림부 농산과장은 이렇게 답했다.
“예상되는 피해와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알려줄 수 없다”는심 과장은 “언론이 가뭄 피해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날 안종운 농림부 차관보에게 같은 질문을 했지만 대답은 비슷했다. 안 차관보는 “농민에게 알려서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필요가 있느냐”, “해갈에 도움이 된다면 발표하겠지만 이것은 내부 검토사안이지 공개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기화하는가뭄의 피해를 알려 국민이 대비책을 마련토록 하겠다는 취재목적을 수차례 설명했지만 농림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관계자들이 밝힌 대로 농림부는 앞으로1주일, 보름, 또는 이달 말까지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피해와 대비책을 마련했다. 다만 용도가 ‘내부용’이기 때문에 언론을 포함한 외부인에게는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경기도의 행보는 사뭇 달랐다. 일일이 가뭄 현장을 찾아가 피해상황을 확인한 것은 물론 언제까지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의 예상피해까지 상세히 집계했다.
이 자료를 그대로 발표하면서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농림부의 논리에따른다면 경기도는 국가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셈인데 경기도 관계자들의 표정에서는 전혀 그런 낌새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기사는 경기도의 자료를 근거로 해 작성됐다. 12일자 신문 1면에 ‘월말까지 비 안오면 올 쌀생산30% 감수’기사가 나갔을 때 농림부 관계자는 전화를 걸어와 “기사가 상당히 과장됐다”고 항의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송두영 사회부기자 dy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