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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댐 상류는 잡초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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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댐 상류는 잡초밭으로

입력
2001.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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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밭은 숨을 몰아 쉬며 누렇게타 들어가고 있었다.들녘의 젖줄인 강과 시내는 허연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고 북한강 수계의 댐들마저 앙상한 구조물을 내보이고 있었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논바닥에서는 타들어가는 모가 샛노랗게 말라죽고 밭뙈기는 푸석푸석 먼지만 날린 채 불모의 땅이 되고 말았다.

11일 강원도소방헬기를 타고 돌아본강원 지역 일대는 쨍쨍 내리쬐는 땡볕에 생명이 꺼져가는 땅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불임의 대지를 소생시켜 희망의 싹을 다시 틔우려는 민ㆍ관ㆍ군의 힘겨운 노력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물이 빠진 소양강댐 상류. 주변산들의 허연 경사면이 저 아래 바닥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현재 저수율은33%(예년 44.4%), 저수위 158.9㎙로 발전 제한수위 150m에 육박하고 있다.

소양댐은 유입량은 없이 초당 51.4톤을 방류하고 있다. 상류 쪽은 흙먼지가 날릴 정도로 메말라가고 있고 물가는 벌써 잡초들이 자라는초원으로 변하고 말았다.

작은 섬으로 잠겨 있던 낮은 산들도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냈다. 춘천댐, 의암댐, 파로호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강원도 최대의 곡창지역인 철원군. 예전에 강폭이 7~10m에 이르던 김화읍 남대천은 두달 전부터 허연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농민들이곳곳에서 강바닥을 뚫어 양수기를 대고 있으나 물길은 그렁그렁 소리만 낼 뿐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는 곳이 많다.

근남면의 마현천, 서면의 자등천도 이미 숨이 끊어진 지 오래다. 한탄강의 최대 지류인 서면 와수천도 물길이 끊어졌고 군데군데 남아 있는 웅덩이에는 생명수를 뽑으려는 호스들만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특히 예년 이맘때면 래프팅이 한창일 한탄강조차 걸어서 건널 수 있을 정도로 말랐다.

양구군도 사정은 마찬가지. 남면 서천, 양구읍 공리천, 남면 두무천 등이 모두 말라 양구 들판은 생명을 잃어가고 있었다.

방산면 수익천과 양구읍 월명천만이 실개천으로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화천군 간동면에서는 레미콘차들이 갈라진 논에 물을 대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군부대 차량들도 물을 대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저수지의 사정은 더욱 참혹했다. 철원군 동송읍 금연저수지는 거북등처럼 갈라졌고 양구군 월운저수지는 잡초밭으로 변한 지 오래였다.

강원도내 저수지는 모두 339곳으로 현재 저수율은 34%. 이중 79곳이 완전히 말랐고 50여곳은 저수율 10% 미만으로 2~3일내로 바닥이 드러날 전망이다.

백두대간 영동 산불현장도 작년 봄 화재 이후 새로 심은 나무들 역시 극심한 가뭄에 시들어가고 있었다.

동강 상류인 정선군 조양강은 사상처음으로 말라 철부지들이 비닐봉지에 물고기를 손으로 주워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목인 횡성군 우천면 일대는 3~4㎞의 호스를 3단으로 연결, 고지대에 힘겹게 물을 대고 있었다.

곽영승기자

yskwak@hk.co.kr

■가뭄…우박…산불…경북 3災

경북 북부지역에는 가뭄 외에도 우박과 산불 등 3재(災)가 겹치고 있다.

기상관측사상 최악의 봄가뭄으로 안동과 봉화, 울진 등 지역의 농민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모내기도 못하고 하천굴착과 관정개발등에 매달리고 있다.

11일 현재 경북도내서 모내기를 하지 못한 곳은 안동과 영주 등 17개 시ㆍ군 1만3,000여㏊에 이르고 있고 고추와 양파등 밭작물 경작지 1,086㏊도 가뭄으로 말라붙었다.

여기에 지난 6, 7일에는 봉화군 물야면과 봉성면, 안동시 예안면, 의성군 안사면 등 북부지역 100여㏊에 직경 4~10㎜굵기의 우박이 내려 사과와 고추, 담배농사를 망치면서 농민의 가슴은 갈갈이 찢겨졌다.

최원희(崔元熙ㆍ57ㆍ물야면 개단3리)씨는 “기다리던 비는 내리지 않고 갑자기 우박이 떨어져 3,000평에 심어놓은 사과와 고추농사를 망쳤다”며“고추 머리가 떨어져나간 것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목마른 산야에 산불도 끊이지 않고 있다. 8일 오후 8시40분께 전투기 폭발로 발생한 안동시 풍천면 일대의 산불은 9일 오전10시께 임야 5㏊를 태우고 진화되는 등 올들어 도내에 115건의 산불이 발생, 380여㏊의 임야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특히 올해의 산불은 예년과달리 가뭄으로 수분이 부족한데다 강풍마저 몰아쳐 진화용 헬리콥터 1대가 추락, 조종사 3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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