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핵, 미사일, 재래식 군비등의 문제에 대한 포괄적 타결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발길도 바빠지고 있다.정부는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이 14일 미국에서 귀국하면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 주재로 김동신(金東信) 국방 장관, 신 건(辛 建) 국정원장 등 외교ㆍ안보팀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원회를 열어 미국의 ‘신(新) 대북정책’ 확정에 따른 우리 정부의 역할과 한미 공조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의 조화로운 병행ㆍ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대책 등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행정부 출범 후 북한이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를 빌미로 남북간 대화를 중단하면서 정부의 속앓이가 깊었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북미대화의 재개가 남북간 화해ㆍ협력을 위한 대화를 끌고 가는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승수 장관도 8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파월 장관은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긴요함을 누누이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북미간에 ‘의미 있는 대화’가 진행되도록 양측 사이에서‘조정’ 역할을 잘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매 단계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며“미국이 내건 조건에 북한이 부응하도록 하는 ‘설득’은 물론, 미국이 지나치게 북한을 몰아치지 않도록 하는 ‘제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미대화가 순항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미국이 대북 의제로 삼겠다고 선언한 핵, 미사일, 재래식 군비, 인권 등 문제는 쉽게 타결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항이다.
미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의지적대로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압력에 굴복해’ 제네바 핵합의를 준수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합의의 이행 과정을 개선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과거핵 사찰 문제가 당장 논란의 불씨로 떠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우리가 대화의 중개 역할을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미국과의 단계별 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가장 역점을두어야 할 대목이다.
미국은 지난달 하와이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3자 대북정책조정그룹(TCOG) 회의 때 이미 “북한과의 대화 과정에서 단계별,사안별로 한국과 대응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혀 우리 정부를 ‘안도’시키고 있지만, 북미대화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배제되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을수 없다.
한 외교 전문가는 “북한이 과거처럼 통미봉남(通美封南)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부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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