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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뭄속 골프장 정치인·공직자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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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뭄속 골프장 정치인·공직자 홍수

입력
2001.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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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으로 논바닥과 농심(農心)이 거북등처럼 갈라졌으나 골프장은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이들 사회지도층의 골프행각은 혼연일체가 돼 가뭄극복에 매달리는 농민과 시민, 하위직 공무원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무책임한 작태라는 지적이 많다.

11일 경기 모골프장에선 모정당의 최고위 당직자들이 외부 인사들과 두 팀을 구성해 골프를 즐겼다. 9일과 10일 경기지역 54개(18홀이상) 골프장의 부킹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전쟁통’이었다. 9일 경기 H골프장에선 여야 의원 3명이,경기 L골프장에선 여당 중진의원이 기업인들과 라운딩을 했다.

경기 지역 모 골프장 캐디들은 “가뭄피해가 심각해진 5월 이후로도 고위층에 대한 접대성 골프가 많고 내기 골프도 여전하다”며 “어떤 사람들은 가뭄으로 그린 상태가 나쁘다고 투덜대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충남 S골프장에선 주말인 9~10일 400여명의 공무원이 골프를 즐겼다. 골프장 관계자는 “주말 이틀간 부킹건수는 200건으로 모두 공무원이 신청했고 골프를 친 800명 가운데 50%가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킹 경쟁이 심해각 기관별로 할당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시에 근무하는 B씨는 “밑에선비상근무를 하는데 위에선 골프를 쳤다는 말을 들을 때 마다 고위직은 다른 나라 공무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가뭄피해를 줄이기 위한대책을 신속히 집행했어야 할 5월말 경북 지역 지자체 수장들이 각각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 골프가 구멍난 가뭄대책의 한 원인이란 지적마저 나오고있다.

특히 감사원 등 사정당국이가뭄 속의 현충일인 6일 공직자들의 골프에 대한 암행감찰을 벌인 뒤에야 각 기관들이 골프금지령을 내리고 부랴부랴 부킹을 취소하는 등 대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검찰 인사로 지방에 부임한 몇몇 부장검사들이 9일 지방 법조인 등과 상견례를 겸한 라운딩을 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대검의 골프금지령이 떨어지는 바람에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도 지난 7일 국방부 간부와 3군 주요 지휘관에게 “6월은 호국ㆍ보훈의 달이고 온 국민과 군 장병이 가뭄 극복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골프를 자제하라”고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골프장 관계자들은 최근공직자들이 다른 사람의 차량을 이용하고 가명을 사용하는 등 신분노출을 사전 차단하고 있어 상당한 유명인사가 아니면 적발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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