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N메신저와 야후메신저는 친구가 될 수 없나?’‘실시간’과 ‘쌍방향성’이라는 인터넷의 축복을 가장 잘 살린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인스턴트 메신저의 호환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저변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AOL, MSN, 야후 등 주요 서비스 업체들이 1년 전 메신저 표준안 마련계획을 발표했으나 가시적인 성과 없이 영역 지키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전문가들은 전세계 1억 여 명이 사용하는 메신저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표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메신저가 따로 논다
국내에서도 인스턴트메신저 사용이 급증하면서 지난해부터 넷신저, 소프트메신저, 버디버디, 쿨메신저, 씨프렌드 등 국내 업체들이 자체 메신저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다음 코리아닷컴네이버 심마니 등 포털들도 뒤질세라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 보면 국내 메신저 시장은 사용자의 70% 이상이 외국 메신저 서비스에 잠식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산 메신저의 활성화를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은 커뮤니케이션 불안정 등 기술적인 문제점도 있지만 메신저간 호환불능이라는 게 한결 같은 지적이다.
MSN, 야후 등 수많은국내 회원을 거느린 메신저와 호환 없이 다음회원은 다음회원끼리, 네이버회원은 네이버회원끼리만 소통이 가능한 국내 메신저는 시장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MSN, AOL, 야후 등 대표적인 메신저를 한데 묶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외국 프로그램으로는 아이미치나 오디고, 재버등이, 국내의 경우 이너베이에서 제공하는 넷신저가 이러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서로 연결이 되는 다른 서비스에도 모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즉 호환프로그램을 통해 MSN메신저로 야후회원과 소통하려면 별도로 야후회원이 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너베이측은 “현재의 메신저 호환프로그램 이라는 것은 e-메일과 같은 완전한 호환이아니라 단지 각 서비스 사이에 가상의 다리를 놔주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표준화 없이는 발전도 없다.
업체들은 메신저간의 호환이 기술적으로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점을 인정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메신저를 둘러싼 IT업체들의 자사 이기주의라는 것.
미국 내 메신저시장 점유율 1위인 AOL은 1999년 MSN이 MSN회원과 AOL 회원과 메신저 소통을 시도했을 때 이를 막았고 아이미치와 오디고 같은 호환서비스도 차단하려 했다. 1년 전 타 업체와 함께 공표한 표준화 마련도 미루고 있다.
서비스 주도 업체가메신저 표준마련에 소극적인 것은 메신저 시장이 e-메일과는 달리 엄청난 정보통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
단순한 메시지 송수신을 넘어 메신저는 이제 기업들에게 텍스트, 음성, 사진과 비디오까지 송수신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최근 실시간 주식시세 확인서비스까지 선보일 정도로 기능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국내 메신저 업체 관계자는 “표준안이 마련돼MSN메신저를 사용하건 국내 중소 메신저를 사용하건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게 되면 국내업체에게는 시장진입 장벽이 없어지는 것이지만 AOL 등 주도업체는 반대로 그만큼 회원을 뺏기고 통제권을 잃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수신자가 온라인상에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소통이 가능한 메신저의 특성상, 회원데이터를 서비스 업체끼리 공유해야만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도 업체들이 표준화 마련을 꺼리는 이유다.
실제로 AOL 측은 “프라이버시와 보안문제가 해결 안된 메신저 상호 연동은 스팸과 해킹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업체들의기득권 고수 노력도 고객들의 바람 앞에 결국 굴복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워렌 타리터스 로체스터공대 교수는 “e-메일의 발전도 초기 기술자들의 표준에 대한 의견일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며 “메신저의 발전을위해 서비스업체들은 욕심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AOL의 캐시 맥키넌 대변인은 비난여론이 팽배하자 곧 메신저 연동을 위한 시험 솔루션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업체 관계자도 “내년 정도면가시적인 표준화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메신저 업체들도 그 동안 커뮤니티 등 타사와의 차별화에 중점을 둔 서비스 외에, 고객 편의를 위한 상호연동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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