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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월세파동 결자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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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월세파동 결자해지

입력
2001.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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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경제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내 집을 장만하는 일이다. 짐 싸들고 이집 저집으로 옮겨 다녀야 하는 세입자들의 생활은늘상 불안하기만 하다.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추세가 두드러져이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빠듯한 살림살이의 서민들에게는 연이율15%를 웃도는 높은 월세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런 저런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정작 문제의 씨앗을 뿌린 것이 정부였다는 점에 대한 반성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

1998년 신축 아파트의 소형평형 의무비율이 해제되면서 돈벌이가되지 않는 소형아파트의 신규 공급은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이로인해 3년의 잠복기간을 거쳐 터져 나온 게 바로 최근의 월세파동인것이다.

금리가엄청나게 낮아진 데서 월세파동의 원인을 찾는 사람도 있다.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소형아파트의 공급이 풍부했더라면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것이기 때문이다. 공급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비싼 월세를 받을 수 없고, 따라서 너도나도 월세로 바꾸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중ㆍ대형아파트의 경우에는 월세 전환이 그리 많지 않다는사실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그렇다고소형평형 의무비율을 해제한 조처 그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의무비율이란규제를 언젠가 풀어야 한다는 점에는 전혀 이의가 없다.그러나 아무런 대비책도 마련하지않고 때 이르게 규제를 푼 것은 전혀 변명할 여지가 없다.그 규제를 풀었을 때 어떤 일이일어날 것인지 뻔히 알면서도 그랬다는 점이 더욱 한심스럽다.

1998년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정부가 왜 소형평형 의무비율 해제를서둘렀는지 짐작이 간다. 경기부양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정부로서는 그것이 일석이조의효과를 거두는 훌륭한 조처였을 것이다.

건설경기 활성화로 경기부양에 도움이될 뿐 아니라, 규제를 푼다는 생색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다 할 대비책도 없이 의무비율 해제를 서둘렀으리라고생각한다.

규제를풀고 시장기능에 내맡긴다고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모두가잘 알듯,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완벽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서민들을 위한 충분한 주거공간의 확보라는 문제는시장에서 만족스런 해결을 기대하기 힘들다.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돈벌이되지 않는 일에 열성을 보일 리 없기 때문이다.

긴시간이 지나면 이 문제가 시장의 힘에 의해 풀릴 수 있을지 모른다. 소형아파트의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되면 가격은 점차 오르게 되어 있다.

가격이 충분히 오르면 건설업자들은자발적으로 소형아파트를 지으려 들 것이다.그렇지만 이 단계에 이를 때까지서민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라고 내놓은 것들을 보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의문을 갖게 만든다. 낮은 금리의 전세자금이나 주택구입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너무 높은 월세를 받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는 것은 더욱한심스런 발상이다.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는계획 정도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서민용 주택의 공급이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서민들이안심하고 살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정부가 안일하게 시장기능만 부르짖으며 팔짱을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시장을 불신하는 것도 문제지만, 시장을 맹신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성격상 시장기능에 내맡기기 힘든 문제라면 과감하게 팔 걷고나서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다.

이준구·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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