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관측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국토가 타 들어 가고 있다. 열흘 안에 비다운 비가 오지 않으면 올 농사는 포기할 지경이라고 한다.식수와 공업용수난도 심각하지만, 바싹 말라붙어 기갈 든 논과 밭에 물을 대는 게 시급하다. 아무리 경제구조가 바뀌어도 농사를 망치면 온 국민의 삶이 편하지 못하다는 것을 채소값 폭등이 단적으로 일깨우고 있다. 당장은 정부와 국민 모두가 가뭄 극복에 힘을 쏟고 정성을 보탤 때다.
공무원과 군 지원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고, 밭에 물을 퍼 올리는 데 드는 전기료 인하 등 긴급 대책을 서둘러 마련한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이 국정 개혁에 관한 기자회견을 미루고 가뭄 현장을 살피기로 한 것도 옳은 결정이다. 농촌에 양수기 보내기 성금 모금에 고위 공직자와 큰 기업들이 앞장서 호응하는 것도 보기 좋다.
제 앞가림도 하지 못해 허덕이거나, 제 몫만 챙기느라 여념 없던 모습이 생각나서다.
그러나 이 모든 소동이 시대착오적이고 자업자득이란 느낌 또한 든다. 지역에 따라 예년의 10%에 불과한 비를 준 하늘만 탓할 일인가 하는 탄식이 나온다.
가뭄과 홍수를 번갈아 겪는 것은 단군 이래 이 땅의 숙명인데, 아직도 가뭄이 들면 양수기 보내기 운동을 벌여야 하는 농촌 현실과 치수 정책이 한심한 것이다.
너무 많이 파놓아 문제라던 숱한 지하수 관정은 별 쓸모가 없는지, 또 단기간에 몇 조원을 퍼부은 농촌지원 정책은 물 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것인지 등, 의문이 잇따른다.
농업용수 등 총체적 물 부족 사태를 진단하면서, 댐 건설을 막은 환경우선 풍조부터 탓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사회가 모두 치수와 농업 등 나라의 근본이 되는 일에는 건성인 채, 당장 눈 앞의 실적과 이익에만 몰두한 탓이 아닌가 돌아봐야 한다.
오랜 투자와 정성이 필요한 기반시설 등 근본에 소홀하면서 해마다 긴급 대책을 내놓고 양수기 보내기 운동이나 벌여서는, 경제 개혁과 도약도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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