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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잊고 밤을 잊고…'가뭄大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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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잊고 밤을 잊고…'가뭄大戰'

입력
2001.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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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관측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전 국토가 바싹 타 들어가고 농작물이 메말라 죽어가고 있는 가운데 온국민이 가뭄 극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민ㆍ관ㆍ군이 한덩어리가 돼 논ㆍ밭에 물을 대고 식수를 확보하느라 구슬땀에 흥건히 젖었다.○…한달째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경기 북부 지역은 10일 광개토ㆍ전진ㆍ백마ㆍ.비룡ㆍ올림픽부대 등 거의 전 군부대가 동원돼 1만여명의 장병이 물대기 작업을 하며 하천과 들판을 뒤덮다시피 했다. 전진부대 장병 100여명은 파주시 군내면 정자리 민통선 지역에서 삽과 곡괭이를 들고 이틀 만에 길이 500㎙짜리 물길을 만들어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하던 인근 논 1만여평에 용수를 공급했다. 장병들은 이날 급수차로 바닥이 드러난 논에 연신 물을 길어 나르고 물이 마를 세라 허리를 펼 틈도 없이 모내기 작업을 서둘렀다.

민통선 지역이지만 일시적으로 야간 영농이 허용되자 횃불까지 들고 나가 막판 모내기를 도왔다. 전진부대 수색중대 김상진(23) 병장은 “모를 한 포기라도 더 내려는 농민들의 몸부림을 보니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 생각이 들었다”며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이근식(李根植)장관 등 행정자치부 간부 및 직원 80여명도 이날 오전부터 물탱크차 살수차 등을 동원, 릴레이식으로 물양동이를 전달하며 고추밭 1만여평에 물을댔다.

경기 안성시 원곡면산하리 일대 5만여평 들녘에서도 모내기에 사용할 물을 대기 위해 시 공무원과 농협직원, 경찰, 레미콘 기사 등 100여명이 쉴새없이 땀을 쏟았다. 레미콘 차량 8대는 2.5㎞ 떨어진 인근 지문 저수지에서 한대당 10여톤씩 물을 받아 타 들어가는 대지에 물을 쏟아냈다.

레미콘 기사 이장재(李璋載ㆍ51)씨는“고향에서 가뭄으로 시름하고 있을 형님을 생각하면 더위가 싹 가신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들판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는 시 공무원들은 이날 목에 덜렁 수건 한장만 두르고 벌겋게 그을린 얼굴로 임시 저수장을 만들어 논에 물을 대고 모판을 다지느라 여념이 없었다.

○…피해면적이 5,913㏊(논 4,980㏊, 밭 93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 경북지역에서도 농민과 공무원 3만6,000여명이혼연일체가 돼 하천 굴착 또는 암반 관정을 통한 수원 개발에 총력전을 폈다. 안동시는 굴착기와 양수기를 대거 동원, 읍ㆍ면별로 소형 관정146개소와 하천 474개소를 굴착했다.

공무원과 군은 밤새 ‘횃불 일손돕기’ 작업을 벌여 이 일대 35㏊의 논에 물을 대고 고추밭 1.2㏊와 담배밭 2.6㏊에 물을 공급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민ㆍ관ㆍ군이휴일과 밤낮을 잊은 채 연일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타는농심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지역 공무원직장협의회는 서울지역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1인1,000원씩 걷어 양수기 보내기 모금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또 경북 상주의 ㈜고려개발과 울진군 로터리클럽 회원들은 굴착기와 양수기를 경북 북부 가뭄피해 지역에 기증, 갈라진 농심에 온정의 물을 댔다.

농협 경북지역본부도임직원 성금으로 구입한 양수기 200대를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경북 북부지역 농민에게 지원하고 2차로 관내 단위조합을 통해 모금한 성금6,500만원을 가뭄이 심한 11개 시ㆍ군에 전달했다.

또 농협은 또 이날 가뭄이 덜한 남부지역 농협의 농기구 서비스센터 기사 20명을 경북 북부지역에보내 해갈 때까지 양수장비의 부품비와 수리비 등을 받지 않고 무상수리 봉사에 나섰다. 경북도 새마을지도자회는 ‘사랑의 물 보내기 운동’을 벌여 12일 1,100만원 상당의 생수 1만3,000여병(20톤)을 구입, 식수난을 겪고있는 경북 영양지역에 보내기로 했다.

충북도내각급 기관ㆍ단체는 가뭄 극복에 힘을 모으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예정된 각종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하면서 용수확보 전쟁에 나서고 있다.

충북도는 가뭄 극복에 애쓰고 있는 농민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 13~15일 음성에서 열기로 했던 40회 도민체전을 가뭄이 해갈될 것으로 보이는 다음달 초로 연기하기로 했다.

한편 천안지역에서는 지역민들이 물 절약에 나서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물 사용량이 지난 5월초보다 크게 밑돌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38개 시군 17만명 "식수도 없어요"

“이젠식수(食水)도 부족하다.” 최악의 가뭄사태가 지속되자 식수마저 모자라 애를 태우고 있다. 정부는 소방차와 군 급수차 등을 동원하거나 시간별공급 등의 제한급수를 통해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으나 산간ㆍ도서지역이나 가구수가 적은 마을 등은 이조차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10일 중앙재해대책본부에따르면 전국적으로 제한급수를 지원받는 지역은 38개 시ㆍ군 4만7,000여 세대로 16만9,000여명이 ‘먹을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중 경북ㆍ경남도는 각각 11개 7개 시ㆍ군에 3만310가구 14만여명이 제한급수를 받고 있으며, 강원(1만3,160명) 전남(8,598명) 충북(4,394명) 지역 등도 소방차 등에 의해 식수공급을 받고 있다.

하루 2시간의제한급수를 받고 있는 경북 영양 주민은 주변 하천의 상류 3㎞지점까지 송수호스를 연결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끌어내고 있으며 충북 충주시의 천등산 지역도 간이 상수도가 고갈돼 물탱크 차량에 식수를 의존하고 있다.

또 격일제 급수를 하는 전북도의 경우 김제와 무주 지역에 매일 5톤의 식수를 지원하고 있고 군산시 옥도면에는 급수선을 투입해 식수를 공급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들 지역 주민은 “먹을 물마저 모자라농사걱정은 아예 접은 지 오래다”면서 “최근 들어 주민 사이에서는 언제 세수했느냐가 인사가 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올해농사를 포기하는 지역이 늘어나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경북 안동지역은 전체 1만2,954㏊의 농경지 중 논밭등 2,932㏊가 황무지로 변해가고 있고 의성군은 특산품인 마늘이 30%, 고추 주산지인 영양군도 전체 밭작물의 50% 가량이 고사되는 등 지역별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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