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박하박(上薄下薄). 특출한 1등 산업도, 두터운 1등 후보군도 없다.”반도체 정보통신 등 IT(정보기술)산업은 일부 품목에 편중된 제품구조와 대외의존적 기술 때문에 리스크도 크고 수출 증가분 만큼 부품ㆍ기술 수입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자동차, 조선등 전통 주력산업은 이미 경쟁력의 한계를 드러냈고, 컨텐츠 바이오 등 첨단 신산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총체적 딜레마에 빠졌다.
■ 세계 1위 제품, 중국의 6분의1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계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은 조사대상4,200개 중 76개(1999년 기준)로 일본(326개)의 23%, 중국(460개)의 16%에 불과하다. 중국이 지난 5년 사이 1등 품목 77개를새로 1위에 진입시키는 동안 우리나라는 10개 품목이 계속 선두에서 밀려났다.
2~5위권 상품도 우리나라(406개)는94년 469개에서 63개가 줄어든 반면, 중국(952개)은 28개가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1위 제품중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제품이라곤 액정표시장치(LCD)발광다이오드(LED) 모노리식직접회로 등 몇 개에 불과하다. 대부분 낚싯대 헤어핀 직물 등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개도국에 언제 자리를 뺏길 지 모르는품목들이다.
■ 실상1. IT산업=품목 편중 + 부품 의존
D램 등 반도체 메모리분야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메모리분야 비중은 고작 21%. 향후 부가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점유율이 1.2%일 뿐이다.
타이틀은 세계 3대 반도체국(7.2%)이지만 1,2위인 미국(51%)ㆍ일본(29%)과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가 나는것도 메모리 편중구조 때문이다.
CDMA 단말기 또한 외형적 시장점유율은 압도적(53%)이지만 부품 국산화율은 63%에 불과, 대당생산원가 260달러중 140달러는 외국기업 몫이다.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꿈꾸는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도 중간재는 국산이지만 공장설비는100% 일본제다. 또 세계 최초로 디지털TV 양산체제를 갖췄지만 기술도입료는 제품가의 11%에 달하며, 셋톱박스 DVD 등 디지털가전제품의 부품국산화율은 평균 50% 미만이다.
실상2. 전통산업=선진국과의 품질격차 + 저부가가치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들의 세계시장점유율은 5.8%(작년 상반기 기준). 98년 세계 8위에서 4위로 급부상 했다. 그러나 이는 주로 박리다매에 기인, 무역마찰을 야기하는 것은익히 알려진 사실. 현대 ‘쏘나타’의 해외 매출이 급증할 당시 차값은 일본 혼다의 동급 모델보다 10% 이상 쌌다.
정작 품질에 있어서는 미국의한 자동차전문지가 세계 37개사중 국내 업체들을 모두 28위 이하에 위치할 정도로 열악하다.
핵심부품의 높은 해외의존도도문제다. 현대차는 작년말 국내 최초로 승용형 디젤엔진을 개발했지만 핵심기술인 고압직접분사장치는 독일 보쉬사 제품. 대우 ‘레간자’의 엔진은 호주홀렌사 제품이며, 독일 벤츠에서 엔진을 그대로 도입하는 ‘체어맨’은 벤츠가 정하는 지역에는 수출도 못한다.
■ 실상3. 첨단신산업=걸음마 수준 + 투자 열세
정부는 최근 바이오산업을 집중육성하겠다며 지원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동물복제 세포배양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출발도 늦었고 선진국과의 격차는 이미 너무 벌어져 있다.정부의 투자규모도 일본의 20분의1에 불과하다.
교육 오락 등의 컨텐츠 개발사업도 정부의 전략적 성장산업중 하나이지만 세계시장에 진출하기에는 기술능력도,비즈니스 능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오락산업의 경우 세계 점유율은 고작 0.8%(98년 기준)에 불과하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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