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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싸우면 '파이'만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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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싸우면 '파이'만 작아진다

입력
2001.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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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텁지근한 초여름으로 접어든 6월. 일련의 노사분규가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효성 울산공장의 격렬한 분규를 출발로 항공사의 파업선언, 마산에서 발기한 공무원 노조의 단체행동 등 우리의 가시권 바로 안으로 들어온 분규만 해도 여러 건이나 된다.비정규직 근로자와 공공연맹 근로자들의 노동운동 움직임, 그리고 꾸준히 힘을 모으고 있는 전교조 등이 잠재적인 의사분출 욕구를 항시 가지고 있다. 민노총도 12일 연대파업을 선언했다.

소위 ‘6월 분규현상’의 대종을 이루는 이슈는 임금, 수당문제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근로자 고용안정인 것 같다.

IMF이후 수많은 부실기업이 퇴출당하고, 수많은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팔려나가고 있다. 또 살아남은 기업들도 생존의 몸부림으로 인력감축을 동반하는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근로자 고용안정 문제의 심각성은 국민들도 상당히 공감하는 문제이다. 근로자의 편에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참으로 할 말이 많다.

정부의 금융정책 실패가 왜 애꿎은 금융인의 가슴에 멍을 들게 하는가. 기업인의 실패한 경영이 왜 직원을 노숙자로 내몰고 있는가. 노사의 과격한 대립이 왜 결국 기업을 망하게 하고 무고한 직원의 가정을 파괴하고 있는가.

일각에서는 이 모든 어려움을 단순히 구조조정과정에서 겪어야 할 당연한 고통이라고 외치며 근로자의 인내를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를 좀더 본질적이고 근원적으로 해결을 함으로써 근로자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

정부는 원칙을 지켜가며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진행하되 국민의 고통을 극소화하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공근로사업 확대, 실업보험 시행, 인턴십 등 단기적 실업대책에 신경을 써야 할 뿐 아니라, 국민전체의 고용확대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도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아래 직원을 내몰지만 말고 그들에게 최소한의 생존대책을 세워주어야 한다. 현재 우리기업들은 퇴출당하는 근로자에게 총액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좀 더 구체적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윤리적 기업의 모습이다. 예를 들면, 퇴출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의 일부를 떼어 기업 내 전직지원기구를 운영하여 퇴출근로자들의 다음 직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기업 내 전직지원 프로그램은 사내 복리후생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현재 직장을 떠나는 근로자는 돈 몇 푼 더 받는 것보다 어느 직장에서 소속되어 일할 보람을 찾는 게 더 절실하다.

노동계에서도 연대파업이라는 극한투쟁에 의존하지 말고, 상대방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설득하여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재 대우자동차매각의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는 투쟁으로 가격협상에 찬물을 끼얹지 말고, 협상기간 동안이라도 기업과 함께 생산성 향상에 동참한다면, 좀 더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결국 근로자에게 더 큰 몫이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수렁에 빠져있던 우리경제가 경제지표 상으로 차츰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도 회복되면 우리 경제회복 속도는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다.

6월에예상되는 연대파업 등 노사분규는 이러한 긍정적 조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정부, 재계, 노동계 모두가 다시 한번 생각하여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생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70년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받는 우리국민들에게 시원한 비와 함께 노사대타협의 희소식이 찾아왔으면싶다.

고려대 이진규 교수·노동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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