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따지고 협의하다 농민을 다 죽일 거냐.”가뭄이 심한 강원 충남 충북 경북 전남 등의 지방자치단체에는 농민의 목마른 절규가 빗발치고 있다. 정부가 가뭄대책사업을 위해 긴급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지 1주일이 다된 10일까지도 지원금이 도착하지 않자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가뭄대책비의 지원이 늦어지는 것은 자연재해대책법의 절차를 하나하나 다 밟고 있기 때문. 더구나 정부가 지원금 가운데 50%를 지자체가 분담토록 한 것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정부가 서로 “깎아달라” “못깎아준다”며 티격태격하느라 집행이 무한정 늦어지고 있다.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어 1,184억원의 긴급 지원을 확정한 것은 지난 5일. 그러나 이후 정부와 지자체가 보이고 있는 행보는‘긴급’이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멀다. 농림부가 각 광역단체에 지원계획을 통보하고, 기획예산처가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자금을 각 광역단체 금고에 입금하기까지 사흘이 걸렸다.
현재는 광역단체가 시ㆍ군에 얼마씩 지원할 것인지 심사하고, 또 일선 시ㆍ군이 지원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과정이 끝나도 농민들은 관정작업 등 가뭄대책공사를 맡길 업체를 구해야 한다.
결국 농민은 중앙정부가 예산집행을 결정한 뒤 2주일 가까이 지난 이번 주말이나 돼야 각종 가뭄대책공사를 착수할 수 있다.
특히 재정이 빈약한 강원 충남 충북 등은 50%로 정해진 자체분담금을 20%로 낮춰주거나 지방교부금으로 분담금 일부를 지원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 분담금은 물론, 정부 지원금도 집행되지 않아 언제쯤 지원금이 도착할 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보성ㆍ무안ㆍ신안군 등 전남 5개군이 예비비 10억3,600만원을 투입, 326개의 관정을 뚫는 등 지원금을 기다리다 못한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가뭄대책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나 워낙 재정이 열악해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원금을 신청한 경기 연천군 미산면 우정리 농민 최병하(48)씨는“시간을 끄는 사이 매일 모내기 한 모가 말라죽고 있다”며 “1주일 안에 지원이 이뤄진다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농사를 절반 이상 망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원군 농민 김모(62)씨도 “비상시국에는 비상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오히려 지원이 늦어지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라고 당국을 성토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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