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실시된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58) 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둬 이란의 민주 개혁에 큰 힘이 실리게 됐다.이번 선거결과는 이슬람 보수 세력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 4년 동안 하타미 대통령이추진한 개혁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여전히 권력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보수세력과 개혁파의 갈등은 한층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 내무부는 9일 최종 개표 결과, 하타미 대통령이 모두 2,810만여 표중 2,160만여 표(77%)를 얻어 임기 4년의 새 대통령에 재선됐다고 발표했다. 무소속으로 나온 보수파 아흐마드 타바콜리 후보(전 노동부 장관)는16% 득표로 2위에 머물렀고 대부분 보수 세력인 나머지 8명 후보도 소수 득표에 그쳤다.
하타미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민주주의 체제를 다지고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종교에 바탕한 민권 실현이 필요하다”며 “합법적이고 건강하며 열린 분위기, 언론과 비판의 자유를 점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타미 대통령이 1997년 대선의 69% 지지율을 훨씬 뛰어 넘어 압승한데는 젊은 층의 지지가 크게 작용했다.
79년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린 주역인 이들은 97년 대선과 99년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에서 모두 개혁파에 힘을실어줌으로써 사실상 이란 개혁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79년 이후 이란 유권자 연령 하한이 15세로 크게 낮아져 하타미 대통령에게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하타미 대통령의 재선으로 이란의 정치 갈등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그동안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이슬람 보수세력은 스스로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앞으로 본격적인갈등을 예고라도 하듯, 선거 감독권을 지닌 보수파 혁명수호위원회는 8일 이번 대선에서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저질러졌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선거 결과는 혁명수호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공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올해 초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보수세력이 개혁성향의 신문을 대거 폐간 조치한 것도 이런 저항의 일부이다.
하타미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은 보수파 뿐만이 아니다. 석유 이외의 수출액이50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 허약한 경제구조, 높은 인플레률와 실업률에 휘청거리는 경제를 살리는 일도 시급하다.
하지만 이 역시 정치 불안 해소가 선결과제다. 해외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 안정과 민주 개혁을 거친 뒤 서방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하타미 대통령은집권후 중동과 유럽과의 외교는 어느 정도 회복시켰지만 미국과는 여전히 불편한 관계다.
미국은 여전히 이란을 ‘깡패국가’ 대열에서 제외시키지 않고 있으며 경제 제재도 조만간 해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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