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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13일회견' 연기 배경 / 가뭄農心고련..쇄신책 마땅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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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13일회견' 연기 배경 / 가뭄農心고련..쇄신책 마땅찮고...

입력
2001.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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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3일 기자회견을 연기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이유들이 깔려있다.청와대가 설명한 대로 가뭄이 우선적인 연기 이유라 할 수 있다.최악의 가뭄으로 농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문제를 언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논 바닥이 갈라지는 상황에서 정치문제와 관련된 회견을 하는 것은 민심을 역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통령은 동선(動線)을 가뭄 극복에 맞추고 있다. 9일 경제장관회의에서 가뭄 대책을 지시했고KBS 특별생방송 ‘가뭄지역에 양수기를 보냅시다’ 프로그램에 출연, 금일봉을 전달했으며 12일 가뭄대책 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가뭄이 회견 연기의 전부는 아닌듯하다. 얽혀있는 정치 상황과 남북관계도 회견 연기의 숨은 이유라 할 수도 있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회견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는데 묘책은 마땅치 않다”며“어정쩡한 쇄신책은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서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정치 일정, 여권의 역학구도, 대립되는 의견의 조정 등을 고려, 당분간 호흡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분하지 않은 쇄신책을 졸속으로 내놓기 보다는 당분간 조정국면을 거쳐 적절한 시기에 종합적인 쇄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뭄과 상황 논리 외에 남북관계가어찌 보면 더 중요한 이유일 수도 있다. 남북정상회담 1주년인 15일 앞두고 남북간에 뭔가 급박한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크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확정돼 남북 양측이 15일 동시에 발표할 예정이라면, 이틀 앞서 갖는 회견은 극적인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회견에서 답방과 관련된 질문이 분명히 나올 것이고 이에 대한 김 대통령의 대답이 어느 쪽이든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섰을법 하다.

남북간 협상에 접근할 위치에있는 고위 인사들이 매우 조심스럽다는 점이 이런 추론을 더욱 그럴듯하게 한다. 평소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 “아니다”고 명확히 밝히는 한 고위인사는 답방 문제에 대해 “조금 기다려보라” “나는 모른다”고 애매한 답을 하고 있다.

답방을 놓고 남북간 막후 협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남북 기류와 회견 연기가 자연스럽게 연관된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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