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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7특집 / 미국의 힘 (下)경제력-산업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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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7특집 / 미국의 힘 (下)경제력-산업전략

입력
2001.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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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올해의 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하면서‘새 것에 대한 옛 것의 승리’라는 제목을 붙였다.첨단 기술주들이 추락하면서 한동안기세 등등하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고개 숙이고, 굴뚝 기업들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루슨트 테크놀로지, AOL 등이세계 10대 기업 대열에서 탈락하고 제너럴 일렉트릭(GE), 엑손 모빌, 화이자 등이 그 자리를 되찾았다.

이 가운데 8개가 미국 기업이다. 하지만그 영광 뒤에는 IT 기업 못지 않은 혁신과 생산 효율화의 노력이 숨어 있다. 신경제와 더불어 굴뚝 산업이라는 쌍두마차를 타고 달리는 미국 기업의실체는 무엇일까.

■e 비즈니스를 껴안기

GE는 생산과 판매 효율화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e 비즈니스를 활용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미국 전통산업의 대표 주자인GE는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온라인 거래 규모가 연간 50억 달러에 이른다. ‘기존 사업 파괴’(Destroy Your Business) 전략 아래 인터넷 거래 기술을 개발ㆍ보급하는 GE 글로벌 익스체인지 서비스(GXS)나GE 시스템 서비스를 이용, 구매와 판매 전 분야에서 전자상거래(B2B)를 도입했다.

나일론 개발로 대표되는 굴지의 종합화학회사 듀폰도 B2B를 새로운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여긴다. 화학, 플라스틱, 전자등 각종 사업부문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조직을 움직이고, 가장 빠른 시간에 자재와 생산품을 공급ㆍ배급하는 체제를 만들기 위해 듀폰은 GE캐피탈에서전자상거래를 도맡았던 제프리 피터슨을 e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터커 콕존 듀폰 한국법인 사장은 이런 작업들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두고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B2B 혁신은 전통기업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면서, 생산물 유통의틀을 바꾸는 작업이다. B2B 서비스만 제공하거나 B2B를 활용한 유통에 의존, 실물 생산 기반이 없는 많은 닷컴 기업은 그 가운데 설 자리를잃어가고 있다.

■작업공정 단순화와 효율화

생산과판매의 효율은 제품 개발 기간이 길고, 구매 절차가 복잡한 자동차 산업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30%를 차지하는 제너럴 모터스(GM)는 몇 년 전부터 미니애폴리스 올스모빌의 자동차 판매망에 ‘주문생산방식’을 도입했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 받아 그에 맞춰 차량을 재어서 생산ㆍ판매하는 방식이다. 주문 내역을 모른 채 막대한부품과 노동 비용을 써서 밀어내기식으로 생산하는데 익숙했던 자동차 업계로서는 사고 방식의 일대 전환인 셈이다.

이런 방식은 재고와 운송 비용을 감소시키고, 제품 전달 시간을 단축시킨다. 재고차량 처리를 위한 할인 판매의 손해를 굳힐 수 있고 마케팅 비용까지 줄어든다. 차량 당 수익률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해 미국에서판매된 1,590만대의 차량 중 120만대가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 손에 들어갔다.

주문생산은 플랫폼(차대) 통합과 모듈화라는 기술 혁신을 전제로 한다. 하나의플랫폼에서 다양한 차종을 만들어 내는 플랫폼 통합은 연구개발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부품을 낱개로 하나하나 조립하는것이 아니라 덩어리로 납품 받아 조립하는 모듈화는 부품업체 합병도 재촉하고 있다. GM은 그 사이에서 원가절감이라는 수확을 노리고 있다.

■상시 구조조정으로 인력 효율화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지난 4월 전체 인력의 20%인 2만 6,000명을 3년에 걸쳐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멕시코 엔진 공장은 폐쇄할 예정이다.하지만 그렇다고 지난해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적자를 본 건 아니다.

4억 7,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수익 규모가 10분의1로 감소한 데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GM도 사정은 비슷하다. GE의 명성이 1981년 웰치 회장의 취임과 함께 10만 명 감원에서 시작된 것도아이러니다. 이 감원으로 웰치는 ‘중성자(Neturon) 잭’이란악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미국 기업에서 정리해고는 영원한 추방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2년 생계를보장하며 사정이 나아지면 복귀도 가능하다. 재취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GE의 퇴직률 10% 예고제도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이다. 미국의 전통 기업들은탄력적인 인력 운용으로 경쟁력을 되찾아 가고 있다.

디트로이트=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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