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흘렀다. 돌이켜 보건대, 남북정상회담은 분단 반세기의 역사에일대 획을 긋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이 회담을 계기로 남과 북은 그 동안 양자관계를 규정해온 적대적 대결상태를 종식하고 공존과 협력의 관계로 전환시킬수 있는 돌파구를 찾았다.혹자는 지난 1년간 남북관계가 별로 진전된 것이 없다고 평가할지 모르나, 그것은 지나치게 주관적인 판단이다.
남북 당국자회담의정례화와 이산가족의 상봉 및 서신왕래, 경의선 철도ㆍ도로 연결공사 착공, 남북경협추진위 구성, 국방장관회담, 외무장관 회담 등 지난 1년간 발생한사건들은 분단 55년 동안 남북관계 개선에서 성취한 중대한 쾌거들을 모아놓은 것보다 더 많았으며, 그 각각의 의미도 자못 컸다.
물론 요즈음 남북대화가 지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북한 상선의 영해 및 북방한계선(NLL) 침범으로여론이 격앙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상당한 회의론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 상선이 우리를 자극한다고 해서 그것이 군사적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북한도 군사적 분쟁의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 생활필수품을 실은 민간 선박으로 신경전을벌였으며, 그것마저도 과거와는 달리 우리의 경고에 응하고 있다.
과거 군사적 충돌을 불사한 도발 행위와는 일정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사실들은 그만큼 남북관계가 과거에 비해서 안정되어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안정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뚜렷해졌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상회담 이후 1년은 만족감과 아쉬움이 교차한 한 해이기도 했다. 적대와 반목의 남북관계를 종식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이 성과로이어지고 국제사회가 거의 전폭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국내적으로는 그 성과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그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모든 유력한 정치세력들이 남북관계 개선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거나 최소한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동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지난한 과제가 오늘의 대북정책 앞에 놓여있음도 깨닫게 되었다.
한때 남북관계 과속론이 유행처럼 번지며 대북정책 비판의 호재로 활개를 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수개월동안 남북관계가 지체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사실 서로 다른 의식과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 상대방에 대한 인식도 판이한 두 주체가 엮어가는 남북관계는 과속보다는지체되기 쉬운 속성을 구조적으로 지니고 있다.
더욱이 최근 북미관계의 악화는 남북관계를 지체시키는 데 중요한 몫을 했다. 여기서 우리는 남북관계가단지 남북관계 내부적 요인만 가지고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제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이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능력 닿는 한 유도해가는 것도 우리의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조만간 북미대화가 재개되고, 남북관계에서도 당국간 대화가 시작될 것이다. 이 대화를 준비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지난 1년간의 남북관계를 반성적으로 평가하고, 6ㆍ15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내용 중 실천이 부족했던 점들을 찾아내서 보완해나가며, 공동선언이 담아내지 못했던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경우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될 수 없는 공고한 대화체제를 구축하고, 이산가족 문제에서 전면적인생사확인과 광범한 서신왕래를 실현하며, 하루빨리 경의선 철도ㆍ도로 연결작업을 마무리지어 민족의 혈맥을 잇는 일이 시급하다.
그리고 남북간 군사적긴장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야 하며, 현재의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바꾸기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
이종석(李鍾奭)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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