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일본의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은 두 프랑스인 감독의 맞대결로화제가 되고 있다. 즉 이번 대회는 프랑스축구의 위상을 드높인 ‘프랑스인의 축제’가 된 것이다.특히 프랑스의 로저 르메르(60)와 일본의 필리페 트루시에(46) 감독은 전혀 다른 인생역정을 걸어 왔고 이번 결승전 역시상반된 입장에서 치른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트루시에 감독은 그야말로 잡초같은 삶을 살아왔다. 현역시절 프랑스 2부리그에서 뛰었던 그는 은퇴후인 1990년 코트디브와르를 시작으로 남아공, 모로코의 클럽팀을 전전했다. 97년 나이지리아대표팀 감독을 거쳐 98년 월드컵서 남아공감독으로 2무1패의 성적을 거둬 세계축구계에 이름을 겨우 알렸다. 이후 일본대표팀을 맡았지만 그는 늘 경질설에 시달려왔다.
일본을 떠나면 사실상 갈 데가 없는 그는 매 경기를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맞이했다. 특히 지난 3월 프랑스에 0_5로 패한 뒤 경질설이 거세게 나돌아 이번에 어떻게든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이다.
반면 르메르 감독은 비교적 느긋한 입장이다. 68년부터 3년간 국가대표 수비수로 활약한 그는 지도자로서도 프랑스컵우승(86년) 경험이 있다. 또 98년 프랑스월드컵때는 대표팀코치로 활약했고 에메 자케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해 유럽선수권우승으로 명장반열에 올랐다. 이번 대회서는 사실상 결승전인 브라질과의 준결승서 승리, 이미 ‘할일은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르메르 감독은 8일 워커힐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서 일본의 나카타가 AS로마로 돌아갔다는 소리를 듣고 흥분, 3번이나 “정말이냐”고 확인할 정도였다. 일본이 프랑스를 상대로 “그렇게 느긋할 수 있느냐”며 자존심이 상한다는 표정이었다.
프랑스-일본의 결승전은 사실상 ‘몇골차 승부냐’가관심일 정도로 수준차는 이미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이런 상반된 입장이 의외의 승부를 가져올 수 있다. 2개월전보다훨씬 탄탄한 수비조직력을 과시한 트루시에 감독은 자신의 반대에도 나카타가 이탈리아로 돌아간 것이 더욱 마음이 상했고 그만큼 각오도 새롭다. 호주전에서 10명이 싸우면서도 상대의 미드필드진을 완전봉쇄한 정신력으로 다시 한번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유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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