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발전 패러다임을 새로 짜야 한다. 현실적 한계를 외면한 장미빛 선진국 지향주의, 전 산업분야에서모두 최고가 되자는 무모한 1등주의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발상과 전략의 대전환 없이는 경쟁력 추락을 막을 수 없고, 머지않아 세계시장에서 한국은 설 땅조차 없어질 지 모른다.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생존을 위해선 이제 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强小國)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7일 통계당국과 민간연구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54위(1999년 기준), 인구규모는 세계 25위이다.
연간소득 1만달러 미만의 약국(弱國)인동시에 5,000만명에도 못미치는 인구와 국토ㆍ부존자원까지 부족한 소국(小國)이다. 국제경영개발원(IMD) 경쟁력평가에서 49개국중 28위, 포브스지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순위에서 25개국중 18위로 기록됐을 만큼 질적 수준도 세계 하위권이다.
약소국 지위 탈출만큼 절실한 것은 없다. 그러나 인구 국토 자원의 태생적 한계를 가진 우리나라로선, 미국 독일처럼 고소득ㆍ거대시장의 ‘강대국’은 지향점이 될 수 없다. 대신 물리적 규모는 작아도 강한 경쟁력을 가진 ‘강소국’이야말로 한국경제의 새로운 발전모델이 돼야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순봉(尹淳奉) 상무는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은 더 이상 거대 선진국이 아니라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싱가포르처럼 규모의 왜소함을 경제적으로 극복한 나라들”이라고 말했다.
강소국의 제1 조건은 ‘선택과집중’이다. 역대정부마다 귀가 따갑도록 설파했던 ▦첨단정보기술(IT)산업에서부터 재래 의류ㆍ봉제업까지, 설계에서 완제품까지 모조리 세계정상이 되겠다는 무차별 1등 전략이나▦‘○년이내에 세계 ○위의 경제대국이 되겠다’ ‘○년안에 미국 일본을 따라잡겠다’는식의 과시형 목표설정은 이제 버려야 한다.
몇 개 안되더라도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선점산업과 선진국들이 손대지 않은 틈새시장을 골라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강소국 생존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중소ㆍ벤처기업 수준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민한 몸놀림으로 틈새시장을 파고 드는‘벤처성공학’이야말로 21세기 한국경제의 발전패러다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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