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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현자? 미개인? 서양이 바라본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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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현자? 미개인? 서양이 바라본 한국은…

입력
2001.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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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미개인 동양의 현자“코레지엥(한국인)들은여성적이어서 단호함이나 용기를 발휘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이들은 손으로 쓰거나 인쇄된 고서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너무도 소중하게 보관하기 때문에 왕의 동생이라도 와야내줄 것 같다.”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은 1668년 펴낸 ‘제주도 난파기’와 ‘조선왕국기’에서 한국인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한국인을 단순하고 방탕한 ‘착한 미개인’으로 파악하는 한편, 책과 학업을 숭상하는 ‘동양의 현자’로도 보았다.

프랑스비교문학자인 프레데릭 불레스텍스(42ㆍ한국외대 불어과 교수)가 쓴 ‘착한 미개인 동양의 현자’는 1,000여쪽에이르는 소르본느대학 박사 학위 논문이 원본이다.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800년 한국 역사를 정리한 것으로, 꼼꼼한 자료 수집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기욤 드 루브룩의 ‘몽골제국여행기’(1254)부터제스퍼 베커의 ‘북한의굶주림’(1998)까지방대한 자료 소개가 가능했던 이유는 저자의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불레스텍스 교수는 “프랑스는 최고(最古) 자료인 ‘몽골제국 여행기’ 같은 한국 관련 자료(1950년 이전)를 서양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이보유하고 있다”고말한다.

저자는 좀더 자세한 설명을 더한다. “프랑스의 식민지 정책으로 중국 예수회, 해외선교단, 고종 고문단 등이 한국과 인근 국가를 대거 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서양국가가 바라본 한국의 이미지가 시대에 따라 세 단계로 바뀌어 가는 것을 보여준다.

13~17세기 무렵 한국인과의 만남을 유럽에 처음으로 알린기욤 드 루브룩은 한국을 ‘먼나라’로표현했다.

유럽인에게 한국은 지리적으로 멀고, 산으로 둘러싸인 폐쇄된 국가이기에 더욱 멀게 느껴졌다. 한국에 대한최초의 이미지 말인 ‘먼곳’은 18~19세기 초 ‘접근할 수 없는 나라’로 바뀐다.

프랑스 해군 출신 라페루즈는 ‘라페루즈 항해기’(1797)에서 높은 풍랑과주민들의 두려움 때문에 제주도조차 접근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20세기에들어서면서 영국과 미국, 프랑스의 신문기사에서 한국은 ‘은둔의 나라’ ‘고독한 왕국’ ‘난쟁이 제국’ ‘조용한 아침의 땅’으로 표현된다.

1988년 프랑스 잡지인 ‘제오’는 한국특집호에서 유교방식이 사고방식의 변화를 가로막아 사회적으로 매우 뒤처진 국가로 지적된다.

“사람들의행동은 공자로부터 전해내려온 극도로 경직된 일련의 규범을 따르고 있다…겉모습이나 생각이 절대로 남들과 달라서는 안된다. 상관에 대한 복종은 동구 국가들과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관료체계를 낳았다.”

서양사람의 눈에 한국이 ‘이상한나라’로보여졌듯 한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불레스텍스 교수의 저서도 신기하다.

삼국-고려-조선 등 왕조별 시대 구분에 익숙한한국인에게 네자리의 연도표기가 어색하고, 서양인이 그린 한국의 풍경과 지도도 낯설다. 무엇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인상이 당혹스럽다.

조선후기 하멜의 눈에 비친 ‘착한미개인’과‘동양의현자’의이미지가 지금껏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정체성 쌓기를 게을리했다는 자괴감마저 생길 정도다.

저자는 최근 ‘한국성(Koreanity)’이라는 개념을 이루는 요소들을 연구하고 있다고했다. 한국인이 내놓을 수 있는 ‘한국성’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프레데릭 불레스텍스 지음ㆍ청년사 발행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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