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최후의 청류’라는 표현으로 유명한 시만토가와(四萬十川) 유역 주민들은 어느날부터 갑자기 늘어난 외지 관광객 덕분에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90년대 중반 NHK- TV방송에 시고쿠(四國) 지방 고치(高知)현에 있는 이 강의 때묻지 않은 비경이 소개되자 도시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였다. 오염문제가 발생한것이다. 강가에 쌓인 쓰레기 더미가 썩어가고, 관광객을 부르는 업소의 난립으로 물이 더러워졌다. 인심도 변했다.
■주민들은 당장의 이익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이익을 택했다. 오염되지 않은 환경은 그 자체가 큰 재산이며, 그것을 오래 보전하는 것이 후손을 위해서도 이익이라 환경론자들의 주장에 동의한것이다. 우선 강의 오염을 막는 자율규제를 시작했다.
출입 허용지역과 금지지역을 정해 엄격히 통제했고, 빨래 덜 하기, 세제 안 쓰기 같은 기본적인환경보전 운동을 전개하면서 관광객들에게는 씻은 쌀 가져오기, 쓰레기 되 가져 가기를 호소해 호응을 얻었다.
■자치단체 들도 발벗고 나섰다. 고치현은 96년 ‘청류 시만토 강 종합플랜 21’을마련해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꾀했다.
196㎞ 유역 전체를 대상으로 토목 농림업 상공업 교육 등 여러 분야의 사업에시만토 강이란 환경재(環境財)를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문제 발생후 해결보다 예방적 관점에서 환경 보전운동을 전개했다. 시만토 헌장이 선포되고 유역조례도 제정되었다.유역 통일규칙이 수립되었으며, 주민이 참여하는 시만토 서밋도 창설되었다.
■순환, 조화, 예방 이 세가지가 시만토 환경운동의 ‘헌법’이다. 자연의 물질순환 시스템을 응용한 시만토식 정화기술의 탄생도 우연이 아니다.
기업들은 황폐한 땅을 사들여 숲을 조성하고, 지자체는 환경박물관을 설립해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있다.동강 댐 건설계획이 취소된 이후 동강이 관광객 발길에 짓밟혀 망가져 간다.
당장의 이익에 눈먼 지자체들은 길을 넓히느라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환경이 망가지면 관광객 발길이 끊긴다는 것을 왜 모를까. 시만토 운동에서 배울 것은 없는가.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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