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한국전력 부사장을 총괄반장으로 한 전력수급대책반을 한전 본사에 구성했다.전력 수요가 연중 정점에 달하는 시기를 맞았기 때문이다.특히 예년과 달리 올 4월부터 한전 자회사 분리로 전력공급능력 분석은 전기위원회와 전력거래소,수요관리(송ㆍ배전)는 한전 등으로 체계가 2원화해 어느 해보다 긴장감이 더하다.
전력은 시민 생계와 산업 전반과 직결된 대표적 전략물자여서, 수급예측 착오로빚어진 단전(斷電)이나비상급전 사태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최대 부하)를 기준으로 ‘플러스 알파(전력예비율)’를 챙겨둬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발전소를많이 짓고 예비율을 높이는 것은 유휴설비의 과잉 또는 자원낭비다.
그러면 과연 적정 전력예비율은 얼마이며 올 여름 전력수급은 어떻게 될까.
■전력의 적정 예비율
정부는 최대 전력수요 발생시 ‘공급예비율 10%’를적정선으로 보고 있으나 세계적으로 공인된 해답은 없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 이재훈(李載勳) 에너지산업심의관은 “적정예비율은 공급자의 적정 투자마인드와 수요자의 적정 불편 동의가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발전소를 무조건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닌 한, 수요자가 어느 정도의 ‘불편(절전노력)’을 감내해야한다는 얘기다.
그는 “90년대 초 우리나라에선 오전에 전화를 신청하면 오후에 즉각 가설됐지만 제네바 파견근무 시절 같은 일을 하는데 약 일주일이걸렸다”며 ” 공공재의 ‘적정한 불편’을 감수하면 그만큼과잉 인력ㆍ설비와 운영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박한 시험
정부와 한국전력은 매년 6월 중순께 한 차례 ‘시험’을치른다. 여름철, 특히 7월하순에 비해 더위는 한풀 꺾이지만 휴가인파들이 돌아오는 8월10~20일 전후 10여일의전력 최대수요 예측치를 뽑는 것이다.
굳이 6월 중순인 것은 이 시기에 기상청의 정밀 기상예측정보가 나오고, 경제동향에 근거한 국내 주요 전력다소비기업의 전력 수요분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8월18일 낮12시에 ‘수요 피크’를기록했지만 전력예비율이 12.4%에 달해 무난히 시험에 합격했다.
정부는 한전 자회사 분할 원년인 올해 전력 최대수요(가예측치)가 지난 해보다6.0%(냉방부하는 8.0%) 증가한 4,346만5,000kW에 이르지만 공급능력도 5.2%가 증가한 4,849만7,000kW에 달해11.6%의 예비율을 예상한다. 이상고온시 예비율이 7.3%까지 낮아질 것에도 대비하고 있다.
물론 이 시나리오엔 원자로의 갑작스런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등의 돌발변수는빠져있다. 최악의 경우 이상고온 상황에서 전력수요 피크 시점에 2개 정도의 원자로가 멈춰 설 경우 예비율은 1994년의 2% 기록을 경신하며1%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긴장하는 정부
정부와 한전은 이 같은 ‘최악’ 에 대비한 ‘전력시장 운영규칙’을 만들어두고 있다. 전력 여유용량이 300만kW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거래소 급전상황실에 3급비상경보가 내려지고 전력수급대책반도 대책본부로 전환된다.
한전 사장은 즉각 포항제철 등 전력 다소비업체 CEO에게 전화를 걸어 단전 가능성이 있으니자체발전기 가동을 준비토록 지시한다. 200만kW 이하가 되면 부하가 차단되고 공급능력 계산에서 제외돼 있던 시운전 단계 화력발전소 실용가동(용량의50%효율)이 시작된다.
이마저 여의치않아 여유용량이 100만kW밑으로 떨어져 ‘캘리포니아 악몽’이재연되는 사태도 있을 수 있지만 정부관계자들은 이 가능성은 절대없다고 잘라말한다.
산자부 김동원(金東源) 자원정책실장은 “올해 전력산업 구조개편등 제도ㆍ체계 변화와 일찍 찾아온 더위로 전력수급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우려가 현실화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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