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와 올해 인터넷에서가장 많이 조회된 단어 중 하나는 ‘엽기’일 것이다. ‘기괴한일에 호기심을 갖고 즐겨 찾아 다니는 것’이라는 본래 의미는 퇴색하고, 단지 ‘재미있다’ 정도로만 쓰이는 유행어가 됐다.14일~7월 2일 서울 인사동모로갤러리(02-739-1666)와 경기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목암미술관(031-962-9214)에서 열리는 ‘2001 호러전’은 유행어 ‘엽기’ 이면에 감춰진 ‘공포심’을 탐구한 전시회다. 23명의 작가가 회화, 설치,조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2점씩 선보인다.
잔디와 인공 장기(臟器)를 한데 뭉친 설치작품(김인태 작 ‘탈주의대지’)도 있고, 산에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사람이 누워있는 퍼포먼스(박이창식ㆍ소니아 공동작 ‘夢(몽)-2001’)도 있다.
성동훈씨 등은 집을 시체를담는 관 모양으로 표현해 집의 ‘끔찍한’ 폐쇄성을 고발했다. “엽기적이다”라며 즐거워하는 요즘 세대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이러한 파괴ㆍ살인 본능과죽음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는 암시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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