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으로 보면 별 기대할 것이 없다. 영리한 개와 아이가 나오고, 멍청한 갱이 얽혀 드는 코미디.그러나 ‘스팟’(Spot)은 예상을 보기 좋게 허문다.잔뜩기대하고 봤다가 실망만 하는, 돈으로 도배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는 훨씬 짜임새 있고 웃음의 아이디어가 넘친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우선 재미있다. ‘11호’로 불리는 FBI 마약수사견이 등장하지만그의 맹활약을 과장하는 영화가 아니다.
11호의 파트너로 그를 너무나 사랑하는 파트너 머독(마이클 클락 던컨), 11호를 제거하려는 마피아 두목소니(폴 소르비노)와 멍청한 부하, 생활이 엉망인 우체국 집배원 고든(데이비드 아퀘드)과 그가 짝사랑하는 이웃집 여자 스테파니, 그리고 그녀의어린 아들 제임스(앵거스 T 존스).
우연히 거리로 탈출해 제임스와 친구가 된 11호는 능청스럽고, 머독은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는 감정을나타낸다.
소니와 부하들은 11호를 찾으려 다니면서 온갖 바보짓만 하고, 본의 아니게 제임스를 잠시 떠맡은 고든은 아이를 자기 스타일로 지저분하고자유분방하게 만든다. 웃음은 그들이 각자의 틀을 깨거나, 정상적인 반응과 감정을 뒤집는 좌우충돌에서 나온다.
11호는 웃음을 유발하는 촉매 역할만 한다. 11호 때문에 고든이 겪는 한밤중의 개똥 소동에서부터11호가 “놀면 안 된다”고 교육받은 것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을 거쳐, 소니가 다시 한번 국부를 물려 결국에는 남성을 잃어버리고 호모처럼 변하는 기발한 발상에 이르기까지, 기발하고 영리하게 웃음을계산했다. 그 웃음이 지나가면 다시 한번 되돌아서서 그것을 확인하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새로운 것은 없다. 고든과 제임스는 아담 샌들러가 나온 비슷한 영화와 닮아있고, 애완견 용품점에서마피아 부하들을 물리치는 기발한 전략들은 ‘나홀로 집에’를 연상시킨다.
전체적으로는 소란한 슬랩스틱 코미디 냄새가 나고 성적인농담도 살짝 곁들여 아이들 영화라기보다는 성인 코미디에 가깝다.
“정부 재산보다 한 아이의 꿈이 더 소중하다”며 11호를 제임스에게 돌려 보내는휴머니즘이나, 가족주의를 강조한 고든과 스테파니의 결합도 이런 영화의 뻔한 결말이다.
TV시리즈 ‘코스비 가족만세’의 존 윗셀 감독은 기발한 아이디어보다는 그것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맞는 배우들을 골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연기하도록 해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한 편의 장편 ‘시트콤’을 선사했다.
화려한 시각효과와는 다른순간적 상황과 인물의 반응에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가벼운 ‘킬링 타임용’ 영화. 여기에 페이소스나 강한 풍자까지 기대하는것은 과욕일 수도 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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