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불안정하고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업과 빈곤으로 고통받는국민이 적지 않고 지역색은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남북관계는 정체상태에 있다.”김대중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나름대로 진단한 현 시국의 어두운면이다.
김 대통령은 민주ㆍ인권국가 확립, 외환위기의 극복, 지식정보화 등 밝은 면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국내ㆍ대외ㆍ남북관계 등 세 가지 틀에서조망해 본 전반적인 정세는 ‘사면초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내 정세의 경우 대야관계가막힌 지는 오래고 여권 내부에서는 분열적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김 대통령이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견을 수렴했는데도 소장의원들이 곧바로 문제를제기하고 당직자가 사퇴하면서 대통령을 물고 들어가는 등 권위에 도전하는 행태가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는 거시지표의 안정, 회복가능성 등으로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아직도 위축된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다 IMF 이후 개혁정책에 군말없이 따르던 재벌들이집단소송제 등 정부 정책에 반대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남북관계도 갑갑하다. 남북정상회담1주년을 기해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북측은 상선이 우리 영해를 침범하는 등 자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한미ㆍ한일관계는과거 정권에 비해 좋지만 클린턴이나 모리 요시로 정권때와 비교하면 대북시각차, 교과서문제 등으로 상당히 꼬여있다고 볼 수 있다.
사방에서 옥죄는 형국이기 때문에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김 대통령의 고심도 깊은듯하다. 야당에 대해서는 영수회담 제의, 여권내 소장의원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쇄신책 마련, 미국과는대북정책 막판 조율 등 다각도의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도 시원한 해법을 손에 쥐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당정개편,대북 막후협상을 통한 김정일 위원장의답방 발표 등 국면전환 카드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깜짝 쇼’로 반전되기에는 현안들의 꼬인 실타래와 민심의 골이 너무 깊고 복잡하다. 오히려차분하게 모든 부분을 점검,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 과욕이나 포기가 아닌 적정한 수준에서 정책기조를 다지며 공존의 정치를 전개하는 것이 임기 후반의지혜라는 지적이 많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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