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를 체에내리랴, 달걀과 설탕과 버터를 비율에 맞춰 섞으랴, 곱게 거품을 내 반죽하랴…집에서 빵 만들기가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요?”결혼 3개월째인새내기 주부 김지현(26)씨가 선택한 대안은 ‘프리믹스(Premix).’말 그대로 요리하기 편하게 미리 비율에 맞게 각종 재료들을 배합해놓은 반(半)제품이다.몇 해 전 해외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만 해도 집에서 파운드케이크 하나 만들어 먹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엔 집 근처 할인매장에만나가도 물만 섞으면 반죽이 뚝딱 해결되는 프리믹스 제품이 즐비하다. 신혼 집들이때도 손수 초코 파운드케이크와 호두쿠키를 만들어 신랑의 동료들에게내놓을 계획이다.
빈대떡가루나 튀김가루부터 옥수수식빵과 스펀지케이크, 심지어 포장마차용 붕어빵에 호떡가루까지.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대신 음식만큼은내 손으로 만들어먹는,이른바 ‘홈메이드 문화’가 확산되면서 프리믹스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황금시장으로 떠오른 프리믹스
국내에 프리믹스 제품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초. 오뚜기가 출시한 ‘핫케익가루’와 ‘도너스가루’가 원조다. 이후 튀김가루,부침가루 등 한식 분야의 믹스 제품들이 간혹 등장하긴 했지만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시장 규모는 극히 미미했다.
프리믹스가 비로소 하나의 시장을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오븐과 가스레인지의 사용이 보편화된 90년대 중반부터다. 가전제품을 이용한 홈베이킹 인구가 늘면서 식빵과 케이크, 머핀, 쿠키믹스 등이 쏟아져 나왔고이들 베이킹 중간재료를 중심으로 소비량도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업계의 추계에 따르면가루 형태의 순수 프리믹스 제품의 연간 판매량은 96년 3만톤에서 해마다 10~15%씩 증가, 올해엔 5만5,000톤 정도로 신장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액수 기준으론 550억~600억원대 규모다.
■어떤 회사와 제품들이 있나
제일제당과 오뚜기, 대상, 삼양사 등이 신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열띤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튀김ㆍ부침ㆍ도넛ㆍ핫케이크 등기존의 4대 품목 외에도 최근에는 베이커리 분야의 신제품 개발에 열심이다.
제일제당은 ‘내가 만드는 컵 케익’등 아이들을 위한 전자레인지용 프리믹스와‘머핀케익믹스’‘초코쿠키믹스’‘치즈쿠키믹스’등 오븐용 믹스제품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엔 ‘붕어빵가루’‘호떡가루’ ‘계란빵용 가루’‘호도과자 가루’ 등 업소용도 출시했다. 삼양사는 와플과 머핀, 스폰지케이크 믹스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엔 다국적 프리믹스 메이저 필스버리가국내 시장에 상륙,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필스버리는 반죽 상태의 믹스제품을 냉동 보관하다가 오븐에 굽기만 하면 즉석에서 빵이 되는 ‘냉동생지’제품으로 한국시장을공략중이다.
■프리믹스 시장 향후전망
업계는 ▦식생활의 서구화 ▦간편화 추구 경향 ▦홈베이킹 인구의 확산 등으로 프리믹스의 상승세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현재 일반가정 보급률이 12%인 오븐을 비롯해 각종 제과제빵기의 보편화로 베이커리 분야의 프리믹스 제품들이 식품시장에서 거대한 테마를 형성할 것으로보인다.
제일제당의 프리믹스 브랜드매니저 윤성만(37)씨는 “소비자들의 기호가 단순한 밀가루 대용 개념의 부침이나 튀김가루 위주에서 베이커리분야로 빠르게 이전되고 있다”며 “홈베이킹용 프리믹스 시장만 연간 70~8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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