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은 3년 동안 양육비를단 한 번도 준 적이 없어요. 이혼 전에 분명 재산을 좀 갖고 있었는데 어디로 빼돌렸는지 돈이 없다는 말만 합니다." 3년 전 재판을통해 이혼하고 홀로 13세, 8세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허모(37ㆍ여)씨. 당시 판결은 남편이 두 자녀를 위해 각각 30만 원씩의 양육비를 매달지급하라는 것이었다.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0년한 해 동안 이혼으로 헤어진 부부는 12만 쌍. 하루 329쌍의 부부가 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인구 천명 당 이혼 건수를 나타내는 조이혼율은2.5건으로, 1990년(1.1건)에 비하면 갑절 이상 늘어났다. 이혼 인구와 더불어 한부모 가정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혼 가정의70.4%(8만 4,500쌍)는 20세 미만의 자녀를 적어도 한 명 이상 두고 있다.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와 여성민우회등 여성계에서는 이혼 가정, 특히 여성 한부모 가정에서의 ‘양육비’지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혼 후 자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마저회피하는 아버지 때문에, 허씨처럼 아이를 맡아 기르는 여성 가장 상당수가 약속된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경제적 능력이 충분한 이혼 남성들조차도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양육비가 아이를 위해서만 쓰일지 어떻게 아느냐는 등 치졸한변명을 대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가정법률상담소가 올 4월 실시한 이혼 가정 자녀양육 실태 조사에서도, 이혼 때 약정이나 판결로 양육비 지급을약속받은 31명의 여성 중 약속대로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19명(61.3%)이나 됐다.
조 상담위원은 “이혼할 때는일단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에 양육비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여성이 많지만, 이혼 가정 자녀의 복지를 확보하는 수단으로서 양육비는 중요하다”고 말했다.자녀를 양육하는 이혼 여성은 양육비를 ‘정당한 권리’로 요구해야 하고 이혼 남성도 자녀 양육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는 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민우회유경희 상담실장은 “자녀 교육,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심리적 위축 등 이혼한 여성 가장들이 이겨내야 할 고충이 많지만, 무엇보다 경제적자립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특히 요즘에는 교육비 등 자녀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양육비가 꼭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양육비를 지급받는 경우라도, 현실적이지 못한 액수 때문에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이다. 양육비를 지급하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는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으로자녀 1인당 양육비는 21만~30만 원 선에 불과하다.
조 상담위원은 “현실적으로 양육비지급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판결 등에 의한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이 명령마저 따르지 않을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나 30일 이내의 감치처분이 가능하지만(가사소송법), 이 같은 제도가 있음을 알고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부산대 법대 김상용 교수는 “일부선진국에서는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여성 가장에게 국가가 일단 지급하고, 나중에 부양 의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양육비 선급 제도 등을 실시하고있다”며 이혼가정의 자녀양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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