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음악적 언어로 나누는 대화의 진수를, 객석에 띄우는 음악적 신호를 즐기세요.”기타리스트 민영석(34)이 손짓한다.“환희, 고통, 호기심 등 객석으로부터 오는 느낌 또한 즉흥으로 펼쳐보이게 돼죠.”
곡의 기본 골격만 있다. 나머지는 연주자들의순간적 직관과 영감, 상대 주자에 대한 음악적 신뢰, 객석으로부터 밀려오는 감흥이 결정한다.
재즈클럽 핫하우스가 즉흥의 향연을마련했다. 제 1회 고수(高手) 재즈 콘서트. 1시간 30여분 동안 10곡이 연주된다.
네 명의 주자가 무조성과 조성을 넘나들며 자기의 기량을 총동원해진검 승부를 펼친다. 누군가 짤막하게 선율을 제시하면, 각 주자는 돌아가며 즉흥 변주로 받아 간다.
언제 끝내야 할지, 약속은 없다. 그러나 이들은음악적 대화, 객석과의 교감이 충분했다는 사실을 직관으로 알고 끝낸다.
귓속을 파고 드는 무조(atonal) 선율이 청량하다. 여기에 정규 박자를 마음대로 당겼다 미는 그루브(groove), 펑크(funk)등 흑인적 리듬감이 삶의 긴장을 풀어 헤친다.
10분 가량 펼쳐질 첫 곡 ‘First Opening’이다. 그러나 무조 선율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민영석이 쓴 ‘Rain Song’ ‘무제’ 등에서는 인상주의적 선율과 무조 선율이 번갈아출현해 프리 재즈와는 도 다른 즉흥의 묘미를 선사한다.
연주자는 밥 모지스(53ㆍ드럼),존 록우드(48ㆍ베이스), 이영경(37ㆍ피아노), 민영석이다. 특히 첫 내한하는 모지스는 잭 디조넷, 게리 버튼 등 1급 뮤지션들과 어깨를 겨룬즉흥의 대가다. 20일 오후 7시 30분, 한전 아츠풀 센터.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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