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보다 말이 느립니다. 동화책이나단어 카드로 말을 가르쳐볼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한글은 언제부터 가르쳐야 할까요’ ‘영어교육 꼭 시켜야 하나요’ ‘지능개발에 도움이 될 만한장난감 좀 추천해주세요’‘아이가 수를 못 세요’ ‘책을 많이 읽으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지요’ ‘아이가 다른 애들보다 훨씬 빨리 배우고 활발하고똑똑했는데, 공부에 의욕을 잃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생겨나는 온갖궁금증들이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37) 교수에게 쏟아진다. 신 교수는 “자녀를 똑똑하게 키워야겠다는 욕심에 우리나라 부모들은 너무 조급해한다”고 지적하며 ‘느림보 학습법’을 주장하고 있다. 자녀교육에서 기다림의 미학을 강조하는 것이다.
신 교수는 “대부분의 부모들이뇌의 발달이 유아기에 거의 끝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며 “사춘기까지 뇌는 계속 발달하기 때문에, 부모가 기다려주면 아이들은 때가 되면 스스로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추상적 사고력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나이는 만 10세. 신교수는 “초등학교 4학년 정도가 되면 아이들이 비교하고 판단하기시작하므로 이 때가 되면 스스로 공부를 챙기기 시작한다”며 “그 이전까지는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능력, 감정 조절, 도덕규칙을 내면화하는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의 육아법은 이론에만기대고 있지는 않다. 유아 때 또래보다 처지는 편이었던 첫째 경모, 그리고 또래보다 1년쯤 발달이 빠른 둘째 정모.
‘원 스텝 어헤드(onestep ahead), 원 스텝 비하인드(one step behind)’는 상반적인 두 아들을 기르면서 체득한 지혜이다. 부모가 시기적절하게 밀고 당겨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제자리를 찾기마련이라는 것이다.
경모는 젓가락질이나 가위질을제대로 못 해서 학교에 따로 남아 선생님을 도와주면서 가위질을 익혀야 했다. 유아기에는 기차에만 관심을 보일 뿐, 집중력에 장애가 있어서 학습에어려움을 겪던 아이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인 지금은 달라졌다.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아오기도 하고 올 여름방학에는 미술을 배워야겠다고 스스로다짐하기도 한다. 신 교수는 경모가 공부에 싫증을 내지 않도록 북돋워 주었을 뿐이다. 반면 정모에게는 ‘오버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숫자 계산도빠르고 뭐든지 형보다 척척 잘 해내 주위에서 영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지만, 신 교수는 “영재교육으로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오히려해가 된다”면서 ‘영재 열풍’을 비판하고 있다.
신교수는 최근 출간한 ‘느림보육아법’(중앙 M&B 발행)에서 자주 상담하는 육아 관련 질문에 대한 생각과 두 아들을 키우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담았다.
문향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