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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 넘치는 끼…"인디영화도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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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 넘치는 끼…"인디영화도 찍었어요"

입력
200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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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있는 자리는 항상 유쾌하고 떠들썩하다. 부산스럽지만 톡톡 튄다. 한경록(24ㆍ베이스)박윤식(25ㆍ보컬) 이상면(25ㆍ기타) 이상혁(25ㆍ드럼) 김인수(27ㆍ아코디언)로 구성된 크라잉 넛은 1집 ‘말달리자’로 7만장의 판매고를 올려 인디밴드의 신화적 존재가 되었다.술이 약간 취한 상태에서 탁자위로 올라가 펄펄 뛰며 불러야 제 맛이 난다. ‘악동’의 장난기와 자유분방함이 넘친다.

그래서 3집 타이틀 ‘밤이 깊었네’ 는 의외다. 중간 템포로 단정하기 이를 데 없다. 혹시 ‘주류’로의 방향전환을 암시하는 것일까.

“나이가들었나 봐요. 술 취하면 조용히 들을 노래가 좋더라구요. 우리 노래는 주로 술 마시고 미친 듯 부르는 노래였잖아요.” 하지만 앨범 곳곳에는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풍자와 해학이 살아 있다.

‘지나가던 과객이 목이말라 물 좀주소/ 여인네가 쪽박을깨네/ 불쌍한 과객이 급하게 물을 먹다 식도가 터져버렸네/

봉합수술 받으려면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이름하여 ‘지독한 노래’. 영화 ‘신라의달밤’에 삽입되면서 가사를 수정하여 ‘덜 지독한 노래’ 가 되었다고 한다.

“욕 많이 하면 욕먹으니까요. 조금 고급스럽게 ‘꼬아서’ 표현하려구요.” 자신들의 노래보다 더 지독한 것은 방송심의라고 한다.

“3집에서 ‘불놀이’가 화재유발 위험이 있다고 금지 받았어요. 그럼 옛날에나왔던 ‘불놀이야’는 뭐야?”

그들은 2집에서 ‘가위손’ 이라는 노래로 ‘어디한번 잘라봐라 못 자르면 너 월급 못받아’ 라며 심의를 조롱하기도 했다.

난생 처음 영화도 찍었다. 9일 서울 정동A&C홀에서 가질 콘서트에는이들이 주연한 1억의 저예산 인디영화 ‘이소룡을 찾아랏’의 시사회도 열린다.제목이나 설정이 그들의 캐릭터만큼이나 키치적이고 코믹하다.

홍익대일대에 갑자기 찾아든 ‘이소룡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이경록이 탐정이 되어 나서지만 이상한사람들만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주제는 엉뚱하게도 “비주류 문화집단이서울이라는 도시에 살며 겪는 희로애락”이란다.

크라잉넛에게 ‘주류’와‘비주류’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들은 명쾌한 규정 대신 “그런 거 잘 모르겠어요. 평론가들께서 분석 잘 하시겠지요” 라고 얼버무린다.

하지만 ‘인디’니‘언더’니 하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묶어두고 사회적인 책무를 지우는 건 질색이다. “방송도불러주면 나가지요. 코미디나 높이뛰기 같은 거 아니면 다 괜찮아요.”

자유롭고 발랄한 상상력, 연간 평균 200일을 공연에 쏟아 붓는 에너지. 일견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탄탄한 실력과 열정이 숨어 있다. 그래서 크라잉 넛은 ‘언더’ 와 ‘오버’를 넘나든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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