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이 부문별 비상임 예술감독제를 도입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술감독의 지위가 의사결정권이없는 자문 역할로 바뀐데다 임기도 2년 밖에 안돼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4일자로 단행된 예술의전당 직제 개편에 따르면 종전에 3년 임기로 한 사람이맡던 예술감독직이 음악, 공연, 미술예술감독 3개 직책으로 나뉘었다.
이에 따라 음악감독에 지휘자 김홍식, 공연감독에 연출가 윤호진, 미술감독에미술평론가 유재길씨를 임명했다.
이들은 각각 음악당, 오페라하우스, 미술관을 맡아 장단기 예술발전 정책, 연간 프로그램 방향, 캐스팅 등을 자문하게된다.
문제는 예술감독에게 실질적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예술감독이 어떤 기획을 하고생각을 펼치고자 해도 실행 여부는 예술의전당 행정조직의 결정에 달려있다. 실제 사업의 집행은 신설되는 공연사업국이 맡게 되어있다.
김순규 사장은 “예술감독을 행정업무에서해방시켜 분야별 전문성을 높이고자 이러한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예술감독의역할이 단순히 자문에 그치지 않고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행정조직과 예술감독이 조화를 이루도록 운영의 묘를 살리면 된다”고말하고 있다.
그러나 집행력이 없는 예술감독이란 유명무실한 존재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는그동안 예술감독 1인에게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그의 독단이 실무진과 마찰을 빚었던 데 따른 보완책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결코 바람직한 방향은아니라는 것이다.
한 공연계 인사는 “배의 선장이 잘못한다고 해서 아예 선장을 없애면 그 배는 어디로 가느냐”며 “이번 조치는 예술행정의 전문성을 살리기는 커녕 거꾸로 가는 처사”라고비판했다.
예술감독은 공연장이나 예술단체의 프로그램을 결정하고 작품의 질을 책임지는 중요한직책이다. 그래서 누가 예술감독이 되느냐에 따라 예술단체나 공연장의 성격이 달라지고 성쇠가 갈리기도 한다.
뉴욕의 대표적인 복합공연장 중 하나인‘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BAM)’이 좋은 본보기다. 한때 가라테 연습장으로 쓰일 만큼 침체에 빠졌던 BAM은 1967년 하비 라이튼슈타인이 예술감독으로 오면서 되살아났다.
그는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경쟁 상대인 링컨센터가 뉴욕필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로 대표되는 백인 고급문화의 중심지인 것과 달리 BAM을 흑인을비롯한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실험과 전위의 무대로 제공한 것이다.
아방가르드의 산실로 유명한 BAM의 ‘넥스트웨이브 페스티벌’도 그가 만든 것이다. BAM은 다시 일어났고 그는 1999년 사장직을 끝으로 은퇴했다. 그가권한이 없는 자문역에 그쳤다면, BAM의 신화가 과연 가능했을까.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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