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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KBS2 '인생은 아름다워'의 희정과 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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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KBS2 '인생은 아름다워'의 희정과 미숙

입력
200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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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인생은 아름다워’(월ㆍ화 밤 9시 50분)의 가장 큰 재밋거리는 재민(김래원)을 사이에 둔 희정(하지원)과 미숙(양미라)의 팽팽한 줄다리기이다.나이트클럽에서 벌어졌던 둘의 화려하고 거리낌없는 대결은 청순하고 다소곳하며 순진한 드라마 여주인공의 전형적인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성격을 보여준다.

둘 다 여자답고 모범적인 삶에서는 비껴 나 있다. 희정은 유학갔다 돌아온 첫날부터 비서의 삼엄한 경계를 비상한 속임수로 용케 빠져나간다.

놀기 좋아하고 다소 반항적며 틀에 박힌 삶을 싫어한다. 미숙은 왈가닥으로 거칠고 직선적이다. 동네 건달들에게 ‘기분이 꿀꿀하니 술 사달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건네기도 한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그녀의 모습은 단순하고 저돌적인 성격을 상징한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재민만을 바라본 조강지처 같은 여자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패자다. 막무가내로 발휘하는 ‘본처기질’ 때문이다.

“내가 재민 오빠를 알고 지낸 게 얼만데…네가 뭔데 끼여드냐”며 주먹을 휘두르는 미숙. 희정은 “말버릇부터 고치라” 며 그 폭력을 차분하고도 단호하게 제지한다.

미숙은 ‘어디 있었어’ ‘누구랑 같이 있어’ ‘전화는 왜 꺼놨어’ 등의 다구치는 말로 재민을 짜증나게 한다.

뒤돌아서는 재민에게 “욕하고 껄렁거리고 손부터 나가는 거 다 오빠한테 배운 거야. 조신하고 얌전한 여자 좋아했으면 나도 진작부터 그렇게 했어”라고 말하는 미숙. 진솔하지만 표현방식은 이렇게 우직하고 저돌적이기만 하다.

희정은 활달하지만 재민 앞에서는 ‘내숭’과 적극성을 적절하고 주도면밀하게 구사한다.

‘이러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하는 표정으로 살그머니 그의 손을 잡고,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그가 건달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평강공주’ 기질을 발휘한다.

미숙이 남자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직선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라면, 희정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남자로부터 자연스럽게 이끌어 낸다.

재민은 처음에 미숙에 대한 죄책감에 고민하지만, 점차 그런 부담감은 엷어져 가며 희정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친숙하지만 함께 할 미래가 뻔히 내다보이는 미숙에 비해 희정은 알수 없는 희망과 기대감을 주기 때문이다.

‘본처기질’을 발휘하는데 있어 전통적인 방식과 신세대적 방식의 차이가 ‘인생은 아름다워’의 사랑의 승패를 극명하게 갈라 놓으며 드라마를 재미있게 만든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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