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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바담풍, 바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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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바담풍, 바람풍

입력
2001.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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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월13일 아침.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재계 실력자들이 국회 귀빈식당에 둘러 앉았다. 재계측 인사는 이건희 정몽구 구본무 최종현 회장. 해외출장 중인 김우중 회장만빠진 4대 재벌 총수다. 오전 8시 반부터 약 90분이 흐른 후 합의문이 발표된다. “우리(재벌기업인)들은 위기(환란)가 초래된 데 책임을 통감하며…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내외의 시선을 집중시킨 재벌개혁 5개 원칙이바로 여기서 나온다.■1999년 8월15일 광복절.김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벌을 개혁하고… 경제를 바로잡은 대통령이 되겠다”며 재벌개혁의 3개 추가 원칙을 천명한다.

열흘 후청와대에서 5대 재벌 총수와 당정 고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 주재 정ㆍ재계 간담회가 열려 또 하나의 합의문이 나온다. 정부 재벌정책의좌표이자, 재계의 대국민 반성문인 이른바 ‘5+3원칙’이이렇게 마련된 것이다.

■그러한 ‘참회록’이 점차 부인(否認)되고 있다. 역사 기록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엊그제 재계의 대표적 싱크탱크 한경연 책임자가 공식석상에서5+3원칙의 철학적 배경까지 운운했다 하니 급기야 이념적 파괴작업까지 들어간 모양이다.

내년 이맘때면 참회의 바이블이 아니라 ‘고문’에의해 강요된 자인서나 반경제적 불온문서 정도로 형해화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재계는 시장자율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귀에는 ‘우리는 바담풍 해도 너희는 바람풍…’으로 들리기 십상이다.

시장논리에 따라 응당 죽어야 할 기업이 대마(大馬)라는 이유로 불사(不死)하는 따위의 반시장적 정책과 토양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 같기 때문이다.

당장 전경련회원사 중에 그런 대마들이 있으니 속이 너무 빤하지 않은가. 이런 부분에 관해 먼저 국민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힌 연유에 ‘시장‘을외치는 것이 일의 선후이며 순리다.

/송태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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