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소송남발로 기업경영은발목이 잡힐 겁니다.”‘기업의 족쇄를 풀어 경제를 살리자’는 파상적 여론몰이로 규제완화를 성사시킨 전경련이 집단소송제 백지화를 위해 또다시 ‘기업발목론’을들고 나왔다.
다른 경제단체와 연계해 집단행동(2만명 기업인서명)까지 시도했던 전경련은 정부로부터 공개적 ‘옐로카드’를받고 일단 꼬리를 내렸지만, ‘집단소송제=반(反)기업적 조치’란 주장은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도입될 증권 집단소송제의 일차적 적용대상은 재벌 계열사가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자산 2조원이상대형상장기업(약 80개)들이다.
중소 상장사까지 확대될 시점은 언제일지 알 수도 없고, 일반 비상장기업은 아예 대상도 아니다.
지난달말 발표된 규제완화 조치도 이런 식으로 ‘재벌규제’에서‘기업규제’로 둔갑했다. 출자총액제한 예외확대, 계열금융사의 의결권금지 해제 등 알짜 조치들은대부분 재벌에만 적용될 사안들이다.
전경련은 “출자제한탓에 기업이 신규투자를 못한다”고 항변하지만 출자가 투자를 가로막는 곳은재벌이지 일반기업이 아니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규제로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 역시 재벌이다. ‘기업경영환경개선조치’로포장된 재벌규제완화에 비(非)재벌 경제단체가 참여함으로써 수많은 일반 기업들은 이름만 빌려준 채 들러리만 선 셈이다.
물론 재벌에 대한 규제는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잘못된 재벌의 족쇄는 당연히 풀어야겠지만, 이를 기업 모두의요구로 호도해선 안된다. 경제단체들의 왜곡과 정부의 묵인속에 규제완화는 재벌만의 잔치가 되어가고 있다.
경제부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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