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국면에 있는 남북관계에 예기치 않은 일이발생하였다. 북한상선들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고 우리의영해를 거쳐 돌아가기도 했다.정전협정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이 사건이남북관계의 돌파구로 작용할지 두고 볼 일이지만, 북한상선들의 행위를 보면 남북관계가 내재하고 있는 복잡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북한상선들의 우리 영해무단 침범 항해에접한 우리 군당국은 민간선박이며 군사적또는 다른 ‘위해 행위’를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 그 상선들을 공해상으로 유도하는 작전을전개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북 전통문을 통해북측 선박이 우리측영해를 통과할 경우사전신고 및 승인을받을 것을 요구하고 무단 통과시 강력대처할 것임을 통보했다.
이와함께 유사사태 발생의근원적 방지를 위해남북간 해운합의서의 조속체결을 강조하고 북측의긍정적 호응을 촉구했다.
우리군 당국과 정부의대처방식은 북측의 일방적인 행위를 엄중 경고하면서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이해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전협정 이후 지켜진북한선박의 우리 영해통과 금지 원칙이북한상선들의 일방적인 행위로깨졌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현실을 감안할 때, 남북당국간 합의에의하지 않은 북측의일방적 행위로 우리측의 영토보호 의무가 손상을받았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상선들의 항해 경로를 보면경제성을 목적으로 한새로운 항로의 개척이나 제주해협에 대한 ‘무해통항권(Right of Innocent Passage)’ 주장을 넘어서는 정치ㆍ군사적 의도가 담겨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상선 청진 2호는서해 소청도와 연평도사이의 NLL을 통해북한 해주항으로 들어갔다. 이해로는 지난해 3월 북한해군사령부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5도통항질서’의 ‘해상경계선’에 해당한다.
이점에서 북측의 의도중에는 NLL과 관련한자기측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하겠다.
남북관계가‘나라와 나라 사이의관계가 아닌 특수관계’에있고 화해 협력의 과정에있다고 하더라도 북측의사전 통보 및우리측의 승인에 의하지않은 일방적인 행위는남북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이다.
군사적으로 여전히 정전상태에 있는 상황에서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우리 정부는 북한내부의 변화나 남북관계에 임하는북측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만약 북측이 이와같은 남측의 선의를시험하기 위해 이번행위를 의도했다면, 남북관계에 임하는북측의 태도나 의지에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게될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남북 당국간 대화및 협상 재개를위한 계기가 될수도 있다. 그러나 대화및 협상은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한 수단일뿐이다.
우리에게는 ‘안보와 협력의병행 추진’이라는 기본원칙이 있다.남북한이 공고한 평화상태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측에 의한 우리의주권 침해행위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또한 남북한이 서로 호혜적일 때비로소 공동의 이익을통한 남북관계의 진정한발전이 가능할 수있음을 인식할 필요가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은남북관계가 여전히 쉽게풀어나가기 어려운 문제임을 보여준다.앞으로도 남북관계에서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여러 가지 일들이발생할 수 있다.
그바탕에는 우리가 아직도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북한지도부와 북한체제가 있다.
남북관계의 개선이라는 우리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북한지도부와 북한체제에 대한 객관적이며 냉철한 분석과 그에토대를 둔 정책추진이 더욱 요청된다.
박영호ㆍ통일연구원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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