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바둑의 개척자 조남철 9단(78)의 기보 전집이 최근 발간됐다. 이번에 발간된 ‘大國手 조남철 전집’(전3권)은 1941년 만18세에프로에 입문해 지금까지 오직 바둑 외길만을 걸어 온 ‘살아 있는 한국 현대 바둑사’조남철 선생 평생의 기보 모음집으로 바둑 인생 60년의 총결산이기도하다. 1942년 5월 26일 일본에서 오시로 츠나코(大代津奈子) 초단과 가졌던 조 9단의 최초 공식 대국 기보인 신진쟁패전 제1국에서부터 1994년제18기 국기전 본선 대국에 이르기까지 모두 235국이 천ㆍ지ㆍ인 3권에 나뉘어 실려 있다. 기보를 기록하지 않는 예선 대국을 제외하면 공식 대국을거의 빠짐없이 수록하고 있는 셈. 국내외 신문사 자료실이나 국립중앙도서관, 한국기원 창고 등을 수 없이 찾아 다니며 옛날 신문이나 바둑 잡지,일본 자료들을 일일이 찾아서 기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만 2년 여가 걸렸다. 실제로 수집된 것은 260여 국이지만 그 중 20여 개는 워낙 기보상태가 좋지 않아서 판독이 불가능, 할 수 없이 누락시켰다고 한다. 2,000부 한정판으로 1,000년이 가도 변치 않는다는 우리 고유의 닥종이한지를 사용했으며 편집과 제본도 옛날 방식을 재현, 제작비가 2억 원 가량 들었다고 한다.그 동안 이창호, 조훈현 등 국내 유명 기사들의 대국집이 여러 차례 발간됐으나 기보 전집이 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전집 제작자가한국 바둑의 총본산을 자처하는 한국기원이나 유명 바둑 출판사가 아니라 그 동안 바둑계와 별로 인연이 없었던 ‘무명’ 인쇄인이라는 사실이 눈길을끈다. 제작자 김진호(39)씨는 3년 전 바둑라인이라는 출판사를 차려 바둑교재 몇 권을 만들기는 했지만 본업은 충무로 골목의 인쇄소 사장이다.
기력 8급 정도인 그는 우연한 기회에 일본 바둑 대가들의 기보집을 보고 중후하고 품위있는 모습에 매료되어 그 길로 ‘나도 한번 기보집을 내 보리라’결심했다고 한다. 한국 바둑계의 척박한 현실을 감안할 때 장사가 별로 될 것 같지 않아서 한국기원에서도 발간을 주저하고 있었던 노기사의 기보 전집을만들기 위해 거금을 선뜻 투척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에 조 선생님을 찾아가 전집 발간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고마운 일이긴 한데나중에 손해 배상 청구는 하지 마시오’라며 웃으시더군요. 하지만 애당초 돈 벌 생각이었으면 이창호나 조훈현 책을 냈겠지요. 아니 아예 바둑책을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이번에 어느 정도 밑천을 건지면 다음에는 김인 국수 전집을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김진호 사장의 다짐이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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