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미원’과 ‘미풍’으로불꽃 튀기는‘조미료 전쟁’을벌였던 숙명의라이벌 대상과제일제당이 2차 대전에 돌입할 조짐이다.이번에는 조미료뿐아니라 고추장이나된장부터 식용유에여성용 화장품까지다양한 분야에서전선(戰線)이 형성되고 있다.
대상은 1956년 출시 이래 한 가지 맛과 디자인을 고집해 온 발효조미료‘미원’을 새롭게 단장해 1일 부터 리뉴얼 제품 ‘감칠 맛 나는 미원’을 시판했다. ‘화학조미료’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원조 ‘미원’에 식물성성분과 맛을 가미했고, 포장용지나 디자인도 훨씬 고급스럽게 꾸몄다.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옷을 갈아 입은 이 제품은 다분히 제일제당의 종합조미료‘다시다’를 겨냥한 것. 대상 관계자는 “‘미원’이 갖고 있는 낡고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다시다’가 선점하고 있는 신세대 시장을 잠식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귀띔했다.
70년대만해도 수성의입장이었던 ‘미원’이반격에 나선셈이다. 당시 제일제당은 ‘미원’이 독점하고 있는 발효조미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미풍’이라는 브랜드로 맹공을 펼쳤지만 결국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이후천연 재료를첨가한 ‘다시다’라는브랜드로 종합조미료시장을 새롭게개척, 현재 발효조미료를 제외한 종합조미료 시장의 70~80%를 장악하고 있다. 발효조미료시장에선 여전히‘미원’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태.
양사의 충돌은 조미료 시장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상이 ‘청정원’이라는 브랜드로 고추장과 된장,쌈장, 간장 등에서 재미를 보자 제일제당은 전통장류업체 ‘해찬들’을 인수, 추격전에 나섰다.
대상은 이에 앞서 일본 업체와 손잡고 ‘에센디’라는 화장품회사를 설립, 제일제당의중저가 화장품브랜드 ‘식물나라’에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지난해에는 청정원브랜드로 식용유시장에도 가세해제일제당 ‘백설식용유’의 아성을위협하고 있다.
양사는영남(제일제당)과호남(대상)을대표하는 굴지의식품기업. 1998년에는 이건희(李健熙) 삼성회장의 장남 재용(在鎔)씨와 대상그룹임창욱(林昌郁) 명예회장의장녀 세영(世玲)씨의 결혼으로 사돈관계를 맺기도 한 두 기업 간 라이벌 경쟁이 어떻게 결론날 지 주목된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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