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시 삼화동 주민들은요즘 서러운 한평생을 살고도 생의 마지막 자리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세상에 돌려주고 간 한 할머니를 생각하며 상념에 잠겨 있다.삼화동 2통1반 김선봉(金善奉ㆍ당시 75세) 할머니는 작년 4월 동해시청을 찾아가“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 써달라”며 1,500만원이 든 통장을 맡겼다. 당시 시에서는 김 할머니가 생활보호대상자에 거동조차 힘든 형편을고려해 “할머니도 사시기 힘든 상황이니 생활비로 쓰시라”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평생 모은 돈을 억지로 떠맡기고 시청 문을 나섰고 7개월만인12월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단칸방에서 한 많은 세상을 뒤로 했다.
김 할머니는 6ㆍ25때 단신 월남, 남편을 만났으나 남편이 다른 여자를 얻어떠난 뒤 30여년을 혈육 하나 없이 쓸쓸하게 살아왔다. 행상, 야채상, 풀빵장사 등으로 근근이 삶을 지탱해 왔지만 당뇨와 관절염 등으로 70대에들어서는 운신조차 힘들었다.
김 할머니는 시청을 찾았을 당시 “얼마 안되지만 그동안 나라에서 도와줬으니 죽기 전에갚아야겠다”고 말했다. 생보자로 매월 생활비 20만원씩을 받아온 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그때 이미 할머니는 죽음을 예견했을까.
시는 화장을 위해 연고자를 찾다가 둘째 부인의 자식들에게 연락이 됐고 할머니 얼굴도모르던 이들은 한 줌의 재를 동해바다에 뿌렸다.
그 후 최근 시가 할머니의 유지에 따라 적금을 찾으려 했으나 은행측이 상속인 동의를 요구, ‘아들’에게다시 연락했고 그는 지난달 말 1,500만원 가운데 500만원만 시에 기탁했다.
동해시 관계자는 “‘아들’이 김 할머니의 유지마저 무시하려 해애를 먹었다”며 “이제는 그리던 고향에서 편히 쉬실 수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곽영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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