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네팔 나라얀히티 궁정 만찬 석상에서 아버지인 비덴드라 국왕 등 왕족 일가8명을 기관총을 난사해 숨지게 하고 자신도 자살을 기도해 뇌사상태에 빠져있던 전 왕세자인 디펜드라(29) 국왕이 4일 오전 사망했다.국가평의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번 비렌드라 국왕의 동생이자 디펜드라 왕세자의삼촌인 갸넨드라(54ㆍ사진) 왕자를새 국왕에 추대한다고 선포했다.
앞서 국가평의회는 1일 사건 발생 직후 왕세자인 디펜드라를 국왕에 추대했으나 그가 뇌사 상태에 빠지자 삼촌인 갸넨드라왕자에게 섭정을 맡겼었다. 갸넨드라 새 국왕은 추대 직후 “가능한 빨리 이번 사건을 조사해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가 왕세자인 것이 분명한 가운데 네팔 왕실측은 결혼문제를 둘러싸고국왕 부부와 갈등을 빚은 디펜드라 왕세자가 총기를 난사해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는 보도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왕실의 한 당국자는 이날 국왕 부처를비롯 왕실 일가의 죽음은 사고라며 디펜드라 왕세자가 총을 난사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네팔 당국도 공식 성명을 통해 왕궁 내부에서자동무기가 갑자기 발사돼 왕실 일가가 사망했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에 대해 네팔 언론들은 왕실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위해 사건의 정황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네팔 정부와 무장 투쟁을 해온 마오주의 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사고는비렌드라 국왕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총리와 인도 출신 자본가 등이 사전에 준비한 음모에 의한 것”이라고주장했다.
한편 숨진 디펜드라와 사랑에 빠져 불행의 씨앗을 만든 전 네팔 외무ㆍ재무부 장관의딸 데브야니 라나(22)는 디펜드라와 카트만두 왕궁에서 그리 멀지 않은 피자 레스토랑에서 저녁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자주 목격될 정도로 소탈하고 진솔한 사랑을 나누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브야니는 인도 사립학교를 나와 델리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특히 외가가 인도계였던 것이 숨진 아이스와랴왕비의 주요한 결혼 반대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 직후 데브야니가 인도로 도피, 인도 정계에서 중진으로 활약 중인 외가 친척들에 몸을 의탁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새국왕 갸넨드라
네팔의 새 국왕이 ?? 갸넨드라는 왕궁 총기사건으로 불거진 정정 불안을 잠재우면서 형인 비렌드라의 정치적 포용력을 이어가야 하는 부담을 동시에 안게됐다.
그는 입헌군주제에 따라 형처럼 네팔을 통치할 것으로 보이나 국민이 그를 국왕으로 받아들일지는 아직 문제로 남아있다. 과거 왕자시절 좋지 않은 성품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그는 국민으로부터 별로 존경받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2명의 자녀 중 왕세자로 책봉될 파라스 왕자는 1년 전 네팔의 유명한 음악가를 차에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등 뺑소니 자동차 사고에 연루돼있다.
수도 카트만두에 호텔을,동부에 홍차 밭과 담배공장을 소유하고 있는 등 재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네팔 점성술사들은 다펜드라 왕자는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그의 숙부인 갸넨드라가 왕위에 두 번 오를 것이라는 예언을 한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갸넨드라는 1950년 당시 세살바기로 트리브후반 국왕의 정적에 의해 왕위에 잠시 올랐다가 인도로 망명했던 트리브후반 국왕이 귀국하자 퇴위한 바 있어 점성술자들의 예언이 적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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