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빠진 건강보험의 문제를 풀기 위해,정부는 지난 주 국고지원확대와 환자의본인부담 증가를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 재정안정 및 의약분업 정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이번안은 대체로 두 가지의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 첫째는 우리의 건강을 책임질 건강보험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들어있는가이고 둘째는, 현재의 상태에서 새로운 제도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즉 ‘이전(移轉)’에 필요한 합리적인 방안이 제시되어 있는가이다.
새로운 청사진이 없으면 과거의 문제들이 반복될 것이며 합리적인이전 방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소중한 자원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합리적인 이전부터 살펴보자. 우리는 여기서 이미 발생한 건강보험의 부실을 털어버리기위한 어느 정도의 비용부담은 회피할 수 없는 절차임을 인정해야 한다. 국고로지원하든,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높이든 간에 말이다.
만약 이렇게 국민들이 비용을 지불한 결과, 과거의 부실을 털고 새로운 제도로 이행할 수 있다면 그것은마땅히 부담해야 할 이전비용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많은 부분들도 사실상 고육지책의 이전비용으로해석할 수 있다.문제는 새로운 제도로 인한 편익이국민들이 지불해야 하는 이전비용보다 커야만 비용을 부담하는 국민들로서도 납득이 갈 것이다.
따라서첫번째 평가기준인 미래에 대한 청사진여부야말로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건강보험의 재정문제가 최근에 수면위로떠올랐지만 불씨는 오래 전부터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중요한 요인은 인구의 노령화이다.이것은 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의료보험의 급여를 지급받는 사람의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이것이 의료보험재정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또하나의 요인은 불합리한 가격규제,즉 의료수가와 약가의 통제이다. 의약분업의 과정에서 무리한 수가 인상이 이번 재정난을 부채질한가장 큰 요인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합리적인 수가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물론 정보가 비대칭한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가격의 통제는필요불가결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부즈알렌 컨설팅사의 최근보고서도 지적하듯이 인터넷의 발달로 의료서비스시장에 존재하던 정보의 비대칭 문제는 해소될 수 있다.
반면 모든 가격규제는 이면에 할당(rationing)의문제를 야기한다. 종합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해야 하거나, 제약회사와 병원간에 오고 갔던 약품납품의 비리도 따지고보면 가격규제가 만들어낸 비용이었다.
물론다른 조건은 일정한 상태에서 가격규제가 풀리면,의료서비스의 가격은 더욱 높아지고의보재정은 더욱 악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료서비스의 가격에 영향을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가격에 대한 규제여부가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공급량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작을 때 가격은 비싸지게 마련이다. 현재의 상태가 그렇다.따라서 의료인력이 늘어나지 않고서의료서비스의 가격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중증질환에 대한 급여를 확대하고 소액진료에 대한 본인부담을 높이는 등 진정한 보험의 기능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부의 이번 안에 위에서제시한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추가한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민간보험허용 등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하는이유도 여기에 있다.민간의료보험의 허용은 노령화로 인한정부의 재정부담을 감소시켜 줄 것이며,여기에서 절감된 재원은 최저소득층에대한 의료보호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정책 전문가인 제임스 포터바가바람직한 의료보험의 조건으로 꼽은 최저비용과 다양성,그리고 형평성에 부합할 수 있는제도가 한국에서도 탄생되길 기대해본다.
권오성· 자유기업원공공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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