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상품시장에서 금(金)값이 크게 출렁이면서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들이 갖고있는 금에 대한 궁금증이 높다.올 4월초 온스당 257달러 선이던 국제 금값은 미국 금리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기대심리로 국제 투기자본이 대거 금 사재기에 나서면서 5월 280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동시베리아 홍수 이재민들을 위해 보유 금매각을 검토하겠다고 밝표하자 270달러 아래로 내려앉은 상태다.
국내 시장도 국제시장 가격 변동에 연계돼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금 도매값은불과 2개월 동안 돈쭝(3.75g)당 4만원에서 5만원까지 20% 이상 널뛰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보유 금 어디에 있나
어느 나라든 자국이 갖고 있는 금의 규모나 보관 위치, 운용사항은 1급 비밀이다.
우리 정부가 보유한 금 보유 규모도 비공개 사항이지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각국의 금 보유현황을 추계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금 규모는 13.7톤, 세계 59위로 나타났다. 장부가로는 6,800만달러(약 8,840억원)지만시가는 1억1,000만달러(약 1,430억원)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은 70년대 말 국제시장에서 1.2톤을 구입했으며, IMF 보유금 공매(2톤),98년 금모으기운동 수집분 매입(3톤), 국내 밀수금 공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금을 확보했다.
한은은 전체 보유금(13.7톤) 중 9.2톤을 유럽 중앙은행에 예치해놓고 민간기관에빌려주며 연 0.75%씩 대여 수익을 내고 있다.
또 4.5톤은 국가 비상상황에 대비, 한은 지방 모지점 지하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이 외에미국 연방준비은행 지하 금고에 예치해놓은 0.75톤(700만달러 상당)은 전량 IMF에 현물 출자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십년 전부터 한국은행 본점 지하 또는 분수대광장 밑에 금괴터널이 있다는 소문이지속돼왔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한국은행 본관 지하에초대형 금고가 있지만 그것은 신권을 보관하는 곳”이라고말했다.
반면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금은 정부 보유분의 6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귀금속판매업중앙회 한종찬(韓鍾讚)부장은 “98년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220톤의금이 수거됐으나 아직도 민간 보유분은 800여톤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10조원 규모에달하는 물량이다.
■통화 수단 활용도 높여야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은 외환보유액에 포함된다. 미국의 경우 자국외환보유액의 56%(금액기준)인 8,137톤을 금으로 확보해놓고 있다. 우리나라 보유 금 13.7톤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외환보유액(5월말 현재936억달러)의 0.1% 수준.
해방이후 금본위제가 아닌 관리통화제를 채택해오고 있어 금 보유 규모가 적어도 통화정책을 운용하는데는 지장이 없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금을 자산 및 통화 수단으로 여기는 추세가 강한 반면 우리나라는귀금속으로만 여기는 성향이 강해 국제 통상분쟁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80년대 말 미국이 한국과 대만에 슈퍼 301조 발동을추진할 당시 우리나라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나, 대만은 미국의 금을 대량 사들여 미국의 제재를 회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통화 또는 투자 수단으로서 금이 활용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부가가치세때문. 금덩어리인 ‘지금(地金)’에 대해서도 부가가치세를 10%씩 과세하는 바람에 국내 투자기관들이 외국처럼 금을 투자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월드골드카운실(WGC)의 이규현(李揆賢) 한국지사장은 “선진국 중 지금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없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부가가치세 때문에 투자수단으로서의 금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으며 민간 신규 수요(120톤 가량)의 80% 이상이 밀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많은 나라들이 달러 가치 변동에 대비해 외환보유액 중 금을 균형 있게 보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외환보유액을 달러로만 채우다가 달러 가치가 폭락할 경우에는 속수무책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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