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는 이번에도 일본과 비교돼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일본이 4강에 가볍게 진출한 반면 한국은 4강이 불투명해진데다 감독의 능력, 경기내용에서도 현저히 뒤지기 때문이다. 한국축구과 일본과 비교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베이징 다이너스티컵 결승서 승부차기로 패햐면서부터.
이어 93년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서 일본에 패한 뒤 '일본을 배우자'는 여론이 비등했고 98년 월드컵 본선서 일본의 경기내용이 좋았다는 사실이 더욱 경각심을 주었다. 지난해 시드니올림픽과 아시안컵서도 일본은 한국을 앞섰다.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초라해진 한국축구와 달리 일본축구는 당당한 모습이다. 잘 짜여진 수비조직력과 더욱 다양해진 공격패턴, 훨씬 두터워진 선수층은 일본이 이제 탈아시아 수준임을 입증했다. 브라질, 카메룬 등 강팀과 같은 조에 속한 일본에 비해 한국은 멕시코, 호주의 주전이 대거 빠져 4강진출이 훨씬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됐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히딩크감독과 트루시에 감독의 용병술도 대조를 이뤘다.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은 프랑스와 브라질이 각 조의 1번 시드를 받고 한국과 일본이 상대와 순서를 정하도록 했다. 히딩크는 첫 상대로 프랑스, 트루시에는 캐나다를 골랐다. 각각 최강과 최악을 선택한 것이었다.
히딩크는 강팀이 시차와 팀워크 등의 문제가 있을 때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었고 트루시에는 약팀을 상대로 차근차근 조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었다. 여기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히딩크는 '왜 그런 계산을 했는가' 의문이 들 정도로 수비위주와 소극적인 전술로 대패를 자초했다.
선수층에서도 일본은 한국보다 한 수 위에 있었다. 나나미, 나카야마, 핫토리, 다카하라 등 공수의 주축이 대거 빠졌는데도 스즈키 등 신예 선수들을 스타로 탄생시켰다. 반면 한국은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드진에서 심각한 선수부족을 절감해야 했다.
월드컵까지는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어떻게 갈릴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상태로는 절대 일본을 이길 수 없다.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서도 일본은 대회가 끝날 때마다 축구열기와 축제분위기를 누릴 수 있게 됐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대회를 통해 절감하게 된 것이다. 히딩크 감독과 축구협회의 분발이 필요하다.
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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