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서 느낀 게 많았다. 모든 건축물과 불상이 크고 장엄하고 화려했다. 지금은 아무도 건축물 그림을 그리지 않지만 나만이라도 이 웅대함과 묵직함을 그리고 싶었다.”원로 서양화가 오승우(71ㆍ예술원 회원)씨는 1996년부터 최근까지 중국 베이징(北京)과 시안(西安)을 비롯해 티벳, 태국, 부탄 등을 기행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화엄사 법당 내부’(1957) ‘금산사 미륵전’(1958) ‘법주사 팔상전’(1959) ‘통도사 금강계단’(1960) 등 한국의 고건축물 그림으로 4년 연속 국전에서 특선을 따낸 작가의 눈에 중국은 ‘거대한 땅’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8~19일 예술의전당 미술관(02-580-1641)에서 열리는 ‘오승우-동양의 원형’ 전은 작가의 이러한 느낌을 담은 전시회다.
여행길에 만난 고건축물과 고적, 불상을 형상화한 작품 100여 점이 선보인다. 힘차고 굵은 붓 터치, 노랑 파랑 빨강 등 강한 원색의 화면, 대상의 과감한 생략과 강조 등 작가 특유의 필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작품들이다.
96년 작 ‘기년전(祈年殿)’은 작가가 가장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베이징 천단공원 내 기년전을 그린 작품. 윤곽선을 짙은 연두색으로 굵게 그린, 우산 모양의 지붕 3개가 눈길을 끈다.
같은 해 그린 ‘하화암사(下華巖寺) 사천왕상(四天王像)’은 정교한 인체 비례와 사천왕상의 위엄이 두드러진다. ‘갠지스 강변의 고건축군’ ‘앙코르와트 부조’ 등과 함께 ‘금산사 미륵전’ 등 국전 특선작도 일부 전시된다.
작가는 오지호(1905~82)화백의 장남으로 조선대 미대를 졸업했다. 동생 승윤(61)씨도 전남대 교수를 역임한 뒤 광주에서 민화풍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중진작가다.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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