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이 우량한 사람들은 톡톡한 혜택, 신용도가 낮은 개인들은 여전히 푸대접.’신용대출 활성화 방안에 따라 무조건 담보부터 요구했던 은행들의 기존관행이 무너지고 있지만 서민들을 사(私)금융폐해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온간데 없다.
▲ “돈 빌려가라” 에 신나는 알부자들
조흥은행은 지난달 10일부터 ‘OK 직장인 신용대출’을 시작했다. 우량 기업체와 대출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연간 총급여액 범위 내에서최고 5,000만원까지 신용으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상품.
임직원 신상정보를 사전에 제공하기만 하면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도 없이 인터넷을 이용해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그야말로 파격적인 조건이다.
대상업체는 ▲정부(재)투자기관 ▲회사채등급 ‘AA-’ 이상 업체 ▲기업어음 발행등급 ‘A2’ 이상 업체 등. 물론 나머지 업체들에 대해서도 심사를 거쳐 선별적으로대출협약을 맺을 수도 있지만 골자는 초우량 기업 임직원들에게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주택은행은 정부투자기관, 기업어음 발행등급 ‘A3’이상인 우량 업체 임직원에 대해서만 연소득 범위내에서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며, 국민은행도 신용 우수 고객에 한해서 신용대출한도를 500만원 늘릴 수 있도록 했다.
한빛은행은 ‘한빛프레스티지고객’에 한해 개인신용평점시스템(CSS)에 따른 대출 외에 최고 5,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해주기로 했다. 프레스티지고객은 최소 5억원 이상의 예금을 가진 ‘VIP고객 중의 VIP’다.
▲신용도 낮은 개인은 찬밥
신용도가 떨어지는 고객들에 대한 신용대출은 크게 미흡하다. 하나은행은 전체 신용등급고객에대해 신용대출 한도를 200만~1,000만원 늘리는 한편 금리도 1%포인트 인하했다.
이밖에 조흥은행이 신용대출 자동승인 등급을 10등급의 신용등급중 기존 6등급에서 9등급으로 확대하고, 주택은행이 무보증 신용대출 최저한도를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추는 대신 대출가능 고객을 확대한것 정도가 고작이다.
당초 정부는 “다소금리가 높더라도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금융 폐해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금리 차별화 정책 대신 우량 고객 신용대출확대라는 생색내기에 치중하면서 정부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사회정착을 위해서는 누구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되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차별화해야 한다”며 “어차피풍부한 현금을 가진 사람들에게 신용 대출의 의미도 없다”고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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