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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여성 보일러기능장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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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여성 보일러기능장 탄생

입력
2001.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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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처음 보일러 일을 배울 땐 남자들의 시선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능력을 인정 받게 된 것 같습니다."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한 제29회 기능장 시험 보일러 종목에서 여성으로는 최초로 기능장 자격을 취득한 오경희(47ㆍ대흥에너지 보일러 설비 현장기사)씨는 3일 "맡은 분야에서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최고 기능인으로 인정 받게 된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능장은 해당분야 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뒤 8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만 응시할 수 있는 국가기술자격 중 기능계의 최고 자격이다.

오씨가 남성들만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보일러 설비 일에 처음 뛰어든 것은 지난84년.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뒀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일자리를 찾던 중 우연히 보일러 설비업자들을 따라다니게 됐다.

"처음에는 보일러공들이 힘도 없어보이는데 뭐 여자가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느냐며 핀잔을 주기 일쑤였죠. 심지어 설거지나 하고 집안일이나 하라는 말도 수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오씨는 묵묵히 기술자들을 따라 얼굴에 흙먼지와 연탄가루를 묻혀가며 여성 특유의 눈썰미로 재빨리 일을 배워나갔다.

그는 "건설 관련 업계가 다 마찬가지지만 보일러 설비 분야도 주먹구구 식으로 일이 진행돼 답답할 때가 많았다"며 "실무는 어느 정도 익혔지만 이론적 지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에 자격증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오씨는 오랜 현장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틈나는 대로 밤샘 공부를 시작, 지난 94년 고등학교를 마친데 이어 지난해 기능대학을 졸업하는 등 만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지난 95년 보일러시공 기능사와 보일러취급기능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이듬해에는 보일러산업기사, 지난해에는 전기공사산업기사 자격까지 취득하는 등 모두 4개의 자격증을 따냈으며 올해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보일러 분야 최고 기술자 자리에 올랐다.

그는 "남자들의 독무대였던 보일러 설비 분야에서 여자들도 세밀하게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기술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이제는 한 차원 높은 기술을 익히기 위해 공부와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희망을 말했다.

황양준 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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