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급 기업들이 제2단계 종합구조조정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방향은 미래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부문을 정리해핵심분야로 집중하는 사업구조조정, 생산기지 해외이전을 가속화하는 생산구조조정, 자산ㆍ유가증권 매각으로 부채를 줄여나가는 재무구조조정 등 세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 전면적 구조조정에 이은 두번째 시도지만, 외부 강제에 의한 과거청산이 아닌 자율적 미래 수익모델 모색이란 점에서3년전의 1단계 구조조정과는 구별된다.
■비수익사업 정리
1차 구조조정이 삼성의 자동차포기나 LG의 반도체빅딜 처럼 대단위 사업을통째로 털어내는 경우라면, 이번에는 개별 기업별로 매각이든 철수든 분사든 비수익 품목을 정리하는 ‘미(微)조정’방식이다.
LG전선은 향후 차세대 광통신 부문에 집중키 위해 지난 해 11월 펌프사업, 올 1월 히팅시스템 사업을 외국기업에완전히 넘긴데 이어 금명간 기계공조부문에서 일부 철수를 검토 중이다.
LG화학도 분체도료사업을 매각했고, LG생활건강은 비핵심사업으로 분류된 당알콜사업을외국사에 양도했다.
삼성전기 역시 전체 생산제품(50여개)의 무려 4분의1에 해당하는 13개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회사관계자는 “현재는 이익을 내는 품목도 있지만 장래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히 정리키로 했다”며“대신2010년까지 세계 1위 품목을 20개로 끌어올리기 위해 사업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발전설비분야(한국중공업)에 승부를 걸기 위해 전분사료 부문에서 사실상 손을 뗐고, 과거 간판업종이었던맥주사업의 지분을 축소 중이다.
■탈(脫)한국 가속화
국내든, 해외든 축소일변도였던 1차 구조조정에선 없던 양상. 기본적으로 비용 때문이지만,기업의 해외행엔 규제와 노조문제도 작용하고 있다.
각 재벌마다 ‘다국적기업’을꿈꾸며 해외생산비중을 절반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전기전자분야가 특히 두드러진다.
삼성코닝은 인도와 말레이지아 생산투자를 확대, 현재 2,000만개인 브라운관 유리 해외생산량을 2003년까지국내와 같은 3,000만개로 늘리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연산 30만대 규모의 대형 중국생산공장 가동을 준비 중이다. 해외투자확대 차원을 넘어아예 국내설비를 뜯어내 해외로 이전하는 곳도 있다.
삼성SDI는 수원의 브라운관 생산라인 6개 중 1개를 연말까지 중국으로 옮기고 중장기적으로는핵심사업인 전지생산기지의 이전도 검토중이다.
■자산매각
‘현금흐름(Cash-flow)’이 경영화두로 부상하면서 부동산과 유가증권, 심지어 경영권과 직결된 계열사 주식이라도팔아 부채비율을 낮추고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눈에 띈다.
LG산전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계열관계인 LG캐피탈 주식 830만주(11.9%),데이콤주식 146만주(6.1%)를 연내 처분하고 등촌동 물류센터도 매물로 내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호와 하이닉스 반도체는 사옥까지 팔았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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