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장관과 관료들의 노골적인 ‘전쟁’으로 일본 외무성의 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져들고 있다.지난 달 7일 다나카장관이 전면 인사동결을 선언하는 바람에 전 내각에서 발령이 났던 19명 등 대사 30여명이 오도가도 못하고 제자리에 묶여 있다. 같은 달 발표될예정이던 부처개혁안은 검토에 들어가지도 못한 상태다.
더욱이 자신의 발언을 은연중 비판했다는 이유로 보도관(대변인)의 정례 브리핑 중단 지시를내렸다가 원위치 시키는 등 매일같이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급기야 다나카 장관은세계적 현안인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와 관련,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ASEM) 외무장관 회의 당시인 지난 달 25일 알베르토 디니 이탈리아외무부 장관에게 “미사일 위협 운운하지만 정말 그런 게 필요하냐”면서 “일본과 유럽이 목소리를 모아 미국에 대해 지나치다고 말해야 한다”고 밝힌것으로 1일 언론에 폭로됐다.
그의 독단적 발언은 ‘미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결정적인 파문을 일으키고있다. 다나카는 같은 날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부 장관와의 회담에서도 같은 취지의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다나카장관은 중의원 등 의회 답변에서 걸핏하면 “우리 직원들이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등 관료들을 비난해왔다. 관료들도 “당분간 일을 하지 않겠다”며노골적인 저항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양측의 갈등은 최근 ASEM에 참석했다 돌아온 다나카 장관이 의회에서 고액의 호텔비를 폭로, 더욱 증폭되고있다. 다나카 장관은 “직원들이 베이징(北京)에서 1박 28만8,000엔 짜리 방을 잡아 놓아 겁이 나 바꿔 달라고 했는데 그래도 1박 9만엔짜리였다”고 밝혔다.
그러자 관료들은 “장관의 희망대로 방을 예약했다 갑자기 바꾸라고 해 취소료까지 물어 도리어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반격했다..
전 내각에서 조사가종결된 외교기밀비 유용 사건과 관련, 다나카 장관이 관련자에 대한 재처분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화근이 됐다.
핫토리 노리오(服部則夫) 보도관이기자들에게 “재처분은 국가공무원법상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히자 다나카 장관이 노발대발, 정례 브리핑 등을 모두 중단하라고 지시해 1일 오후 외신기자브리핑이 취소됐다가 30여분 후 번복되는 소동을 벌였다.
다나카 장관은 관료때리기를 거듭하다 거짓말이 들통나기도 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 취소에 대해 “처음부터 회담 예정이 없었고 다른 중요한 약속이 있었다”고 해명했으나사전에 회담을 직접 승락했고 약속 당일 의회 도서관에서 쉬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국의 MD구상에 대한 의회답변에서 “직원들이 보고하지않아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으나 외무성 관계자들과 ‘공부회’까지 마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은 물론 외무성 관료들이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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