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이름이 어떻게 되는데?” “……”, “할아버지 이름은?” “……”, “혹시 군인 하던사촌오빠, 병준이 오빠는 기억하나?” “그래맞다, 병준이 오빠, 육군에 있었던 오빠 기억하디요.”1일 오전10시30분 서울 남부경찰서 2층 소회의실. 반백년만에 만난 사촌자매 손수월(73), 손복순(69)씨는 엇갈리는 질문과 대답이 한동안 이어진 뒤에야서로가 기억하는 사촌오빠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가슴 한켠에 묻어둔 50년 이산의 한을 씻어내려는 듯 서로를 껴안은 두 자매의 눈물샘은 한동안마르지 않았다.
함남 영흥에 살던50년 9월 함께 피난길에 나섰다 헤어진 사촌언니를 찾기 위해 손복순씨가 경찰서 민원실을 찾은 것은 지난 4월9일. 일가친척 없이 50년을 혈혈단신으로지내왔지만 친자매 이상으로 가깝게 지냈던 언니만은 살아 생전에 꼭 만나고 싶어 거동조차 불편한 몸을 손수 이끌었다.
“50년 동안 내가 널 버려뒀어. 어쩌다 나보다 더 주름이 졌니….” 뒤늦게 피난길에 오른 가족을 만났던 사촌언니는 동생의얼굴을 마냥 쓰다듬기만 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상봉장면을 지켜보며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남부서 민원실 홍지숙(洪智淑) 경장은 “동명이인이 많았고 주소지와 연락번호가 잘못된 경우가 많아 너무 힘들었지만 가까운 친척1명 없이 50년을 외롭게 지내셨을 할머니를 생각하면 포기할 수가 없었다”고말했다.
지난해 8월 경찰청이전쟁과 생활고 등으로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시작한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캠페인’이이날 두 할머니의 상봉으로 2,000번째의 소중한 결실을 맺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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