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친구’에 그려진것처럼 조폭들은 양아치나깡패로 불려지는 것을‘쪽팔리게’ 생각할정도로 싫어하는 반면은근히 건달이라고 불리길 바란다.지난1966년 9월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삼성재벌 밀수사건을 비호하는당시 장관들에게똥보다 못한 것들이라며분뇨를 퍼부은 ‘장군의아들’ 김두한의 젊은시절만 하더라도 이름난건달들은 스스로를 협객이라고생각했으며 또 사람들이 그렇게 인정해준시절도 있었다.
협객이나건달 그리고양아치나 깡패의 차이는무엇일까.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만협객은 강자 앞에서당당하고 약자 앞에서겸손한 사람이다.
그리고그 반대로강자 앞에서비굴하고 약자 앞에서포악한 자를 양아치라고부른다. 영화에서 양아치두목이 칼과 수표를주며 “니의리가 몬지 아나 ? 이기 바로 의리인기라.” 하고말한다.
마치 일인보스에 대한 맹목적인충성으로 공천을 보장받는행동대원파 그리고 수표로공천을 보장받는 정치헌금파국회의원들을 보는 것같다.
그런데 문제는양아치들 대부분이 자신을건달이라고 부르는 통에순진한 사람들을 혼란에빠뜨린다는 것이다.
물론그 시작은가격 인상을 상향 조정이라고 부르는공무원과 뇌물을 정치헌금이라부르는 정치인에 있겠다.
군사독재를 한국형 민주주의라고칭송하던 어용학자가 있더니부정입학이란 단어가 이제는기여 입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려하고 있다.
비물재적기여와 물재적 기여라는두 가지로판가름날 소위 ‘기여입학’은영화에서의 칼과 돈하고는그 성격이어떻게 다른 것인지궁금하다.
일부 사립대학에서그동안 졸업생들이 노력해서쌓아준 대학의 명성을이제 와서현금화해보자는 것은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아니면차라리 알기 쉽게명문대학이기를 그만 두거나말이다.
대학의발전에 돈이 더필요하다면 그 학교 졸업생들의 자발적인기부금이 주된 재원이되어야지 아직 입학도안한 고등학생의학부모에게 입학자격을 상품으로내걸어서 돈을 마련하려고시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학벌연고주의 덕택으로 얻은사회의 평판을 배경으로금전 거래의양성화에 앞장 서겠다고공공연히 나서는 일부대학을 보면 우리사회가지금까지 대학개혁을 얼마나미루고 방치했는지를 잘보여준다.
우리 사회에서대학이 가지고 있는마지막 한 가닥 권위는 그나마비교적 깨끗한 입시관리덕택으로 얻어진 것이다.
한 곳에서 터진물꼬가 우리 나라대학뿐 아니라 사회전체를 뒤흔드는 폭풍으로발전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해마다신문지면을 장식하는 대학에서일어나는 각종 부정행위가모두 돈이부족해서 그렇다고는 말하지못할 것이다.
교육부에서 주는 지원금이적다고 하지만 재단에서 학교에지원하는 지원금이 그보다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등록금을 빼내가지만않으면 괜찮은 재단이라는말도 심심찮게들리겠는가.
동화책에는황금알을 낳는 거위의배를 갈라서한몫에 황금덩어리를 챙기
려다가 황금도 잃고거위도 잃는 어리석은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기어이 대학에 들여보내고다른 한편에서는기어이 돈을 챙기겠다는생각이 바로 기여입학의탄생배경이 아니던가.
깨끗한세상에서는 탈세나 독직으로감방에 들어가 있어야할 사람들이그 부정한돈으로 자식의 대학입학까지챙겨간다면 이 나라의 앞날에는 희망이없다. “고마해라. 벌써많이 묵었다아이가.”라는 대사가생각난다.
진정한명문대학은 공정한 조세정의와건전한 기부문화를 국가와사회에 요구하는데 그힘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그런 사회가 되었는데도돈이 모자란다면기여입학은 그때에 가서다시 논의해도늦지 않다.
한상근ㆍ한국과학기술원 (KAIST)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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