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2일 판결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위장전입을문제삼아 선거자체를 무효화한 것으로, 향후 불법ㆍ부정선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당초 허인회 후보측이 김영구 의원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당선무효 및 선거무효 소송 등 2가지. 주위적 청구소송인 당선무효 소송이 기각될 것을 우려, “김후보측이 불법ㆍ부정 선거행위를 저질렀다”며 예비적 청구소송인 선거무효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김 의원측이 선거 운동에서 ▲ 자신들의 선거운동원 26명을 선거구로 위장전입시키고 ▲ ‘허인회씨, 간첩불고지 혐의로 긴급구속’이라는 흑색선전물 1만장을 배포했으며 ▲ 시계 50여개를 배포했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중 주위적 청구소송인 당선무효 소송에 대해서는 “재검표과정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 두 후보간에 3표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허 후보측이 제기한 불법ㆍ부정행위 중 김 의원측이 당시 지구당 간부등 4명, 딸과 사위 등 4명, 사돈 등 친인척 5명을 합쳐 모두 14명을 위장전입시킨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허 후보측도 당시 9명을 위장전입시킨 사실이 확인됐으나,대법원은 “허 후보측이 9명을 위장전입시켰더라도 김 의원측의 위장전입자는 14명으로 당초 두 후보간의득표 차이인 3표를 상회하는 만큼 선거 자체는 무효”라고 허 후보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지난 16대 총선과 관련돼 제기된 선거무효 소송에도 상당한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총선과 관련된 당선무효 및 선거무효 소송은 모두 28건. 2일 현재로원고승소 및 원고청구 기각, 원고 소취하 등으로 24건이 종결됐고, 선거무효 소송 4건이 남게 됐다.
이중 대부분의 소송 당사자들은 상대 후보가 금품 살포, 사랑방 좌담회 개최등 불법ㆍ부정 선거를 했는데도 해당 선관위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낙선했다며 선거 결과가 무효라는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 향후 결과가주목된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정치권반응
한나라당은 1일 서울 동대문 을 선거무효 판결로 김영구(6선) 의원이 금배지를 떼게 되자 충격 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직자들은 “여당에 대한 민심이 워낙 좋지 않아 재선거를 해도 우리 당이 여유 있게 이길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면서도 판결결과가 요즘 상승세를 타고 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권철현 대변인은 “민주당 장영신 의원의 경우 수천 가구가 위장전입을 했는데도 우리 당이 낸 재정신청을 기각한 반면, 김 의원에 대해선 아들과 딸, 사위의 주민등록 이전까지 위장전입으로 간주해 판결했다”면서 “판결내용이 너무 가혹하고 황당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법원이 위장전입으로 판정한 14명 중에는 1999년 12월23일자로 주민등록 이전을 한 가족들이 포함돼 있는 등 너무 억울하다”면서 “이회창 총재도 재판결과를 보고받고 의아해 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재판 받느라고 1년 동안 180여명이 법원에 불려다니는 바람에 김 위원장의 지구당이 반 거덜난 상태라 듣고 있다”며 난감해 했다.
민주당은 판결 결과를 크게 환영했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사법부가 공정한 판결을 한 것에 대해 존중한다”며 “이번 판결은 부정직하고 오염된 구시대 정치인의 선거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 깨끗하고 정직한 선거풍토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승소한 민주당 허인회 위원장은 “무엇보다 법원이 기존의 부정부패 선거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중앙당과 협의해 가능한 한 빨리 조직을 재정비, 선거준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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