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 / <단순한 기쁨> "타인은 내 삶의 진전한 기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 / <단순한 기쁨> "타인은 내 삶의 진전한 기쁨"

입력
2001.06.01 00:00
0 0

조르주의어머니는 재산을 노린 남자와 결혼했다. 계부의 농간으로 약혼녀가 떠나버린 뒤 그는 의붓아버지가 정해준 여자와 결혼했다.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그는 계부를 죽였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면을 받고 귀향했을 때 조르주는 아내가 감방동료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자살을기도했다.

조르주의사연을 듣고 피에르 신부는 말했다. “당신을위해 내가 해줄 게 없군요.” 신부는 계속 얘기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느라 나는 빚까지 지고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죽기만 원하니 거치적거릴 게 없지 않습니까? 집짓기가 빨리 끝날 수 있도록 죽기 전에 나를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집을지은 뒤 조르주는 고백했다. “신부님이돈이든 집이든 그저 베푸셨더라면 아마 다시 자살을 시도했을 겁니다.” 그는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을돕는 데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한 때 죽기만을 바랐던 조르주는 빈민구호 공동체 엠마우스의 초석을 다진 사람이 됐다.

‘프랑스가 가장 사랑하는’ 아베 피에르(90) 신부는어느날 절망 끝에 자살하려던 사람과 만난 뒤 자전 기록 ‘단순한 기쁨’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50여년 전 만났던 자살 미수자 조르주를 기억해 냈고,맨발로 지내며 성경을 암송하고 기도하던 수련원 시절부터 엠마우스가 전세계에 퍼진 오늘날까지를 돌아봤다.

피에르신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투사였다. 쫓기는 유대인들을 피신시키기 위해 험준한 피레네 산맥을 넘고, 유대인에게 자신의 신발을벗어주고는 맨발로 눈길을 돌아왔다. 피에르 신부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빈곤과 불평등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치의 힘에 호소하면서그는 ‘정치인의할 일은 누구에게서 돈을 얻어내 재분배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터득했다. 피에르 신부의 전 생애는 사유와 행동을 일치시켜 나가는과정이었다.

인간의마음은 ‘상처입은 독수리’와같다. 빛과 그림자로 짜여져 용감한 행동과 비겁한 행동을 모두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피에르 신부는상처 입은 독수리들을 위해 집을 지었다. 집 없는 사람들과 부랑자들, 전쟁 고아들이 그의 집 ‘엠마우스’로 모였다.엠마우스는 현재 44개국 350여 곳에 퍼져 있다.

엠마우스로모여든 사람들이 모두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러나 적어도 예수가 건강한 사람들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길 잃은 사람들을위해 왔다는 사실을 안다.

예수는 ‘수고하고무거운 짐진 자들’은누구나 가릴 것 없이 “다내게로 오라”고외쳤다. 그는 예수의 말씀을 행동으로 실천했다.

이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질문하지 말자. “교회에 다니십니까? 우파세요 좌파세요? 투쟁가이십니까 협력자이십니까?” 대신 엠마우스의 사람들처럼물어 보자. “배고프세요? 졸리십니까? 목욕을 하시겠습니까?”

피에르신부는 자전 기록을 통해 “타인은내 삶의 단순한 기쁨”이라고전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