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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당근-'경영투명'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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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당근-'경영투명'채찍

입력
2001.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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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1일발표한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 완화 조치는 ‘당근’을 주면서도 ‘채찍’은 놓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요약된다.기업들의 수출및 투자촉진을 저해하는 각종 족쇄는 대폭 풀어주는 대신, 재벌개혁 이후에도 미흡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재벌들의 경영 투명성 및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한 감시 장치는 대폭 강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규제완화에는 재벌계열 보험 투신사 등 금융기관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완화 등이 포함돼 있어 재벌 개혁 원칙이 상당부분 훼손됐다는 비판도제기되고 있다.

▽ 투자 및 수출촉진 저해요인 대폭풀어

정부는 재계가공정거래, 금융, 세제 등의 부문에서 제출한 총72건의 규제완화 요구 가운데 34건은 수용하고, 8건은 중장기 과제로 넘겼다.

나머지 30건은재벌개혁의 원칙을 흔든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경부 권오규(權五奎)차관보는 “어려운 경제여건 극복과 앞으로 경기회복 때 효과 극대화를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목표하는 문어발식 확장 규제와 핵심역량 강화라는 취지가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계의 건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재계에 준 가장큰 선물은 공정거래부문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인정 범위를 확대한 점. 무엇보다 30대그룹의 구조조정을 위한 출자의 예외인정 시한을 당초 지난3월말에서 2003년 3월말까지 2년간 연장한 점이 파격적이다.

예컨대 현행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되고 있는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LG의LG반도체 매각후 데이콤 인수 등의 초과분 해소시한이 2003년 4월 이후로 연기돼 당장의 자금부담을 덜게 됐다.

또 신규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투자 때 기존 계열사 매각대금분 만큼만 예외가 인정됨에 따라 두산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를 위한 출자분 가운데 일부에 대해 예외를 인정을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부문에선현지법인의 본사보증 지원확대, 외상수출(DA)을 촉진하기위한 동일계열 신용공여 한도 완화, 외화자금 융자대상 제한 완화 등도 재계가 줄기차게 제기해온것으로 정부가 화답한 케이스다.

▽ 공정거래법 누더기 조항 전락우려

출자제한조치의 골격을 유지했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 예외가 너무 많아져 ‘누더기제도’로 전락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재벌들이 빠져나갈 예외조항을 많이 두는 것보다는, 예외는최소화하고 차라리 순자산의 25%로 되어있는 출자총액한도를 상향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보험, 투신, 증권 등 재벌계열 금융기관이 주식을 갖고 있는 계열사들의 경영권 방어를위해 의결권 제한을 상당부분 풀어주기로 한 것도 재벌개혁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장하성(張夏成) 고려대 교수는 이에대해“고객의 돈으로 소수의 지분을 가진 오너의 경영권을 보호해주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는 재벌들의 금융기관 소유욕구를 부추기는 결과를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투명성 조건'왜 걸었나

정부와 여당이 ‘기업규제 완화’를 발표하면서, 재계에 부담이 될 ‘기업투명성 보완대책’을 덧붙인 것은 ‘재벌개혁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정부보다는 여당이 ‘투명성 보완대책’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임기 말을 앞두고 갈수록 거세질 재계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정치권의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당ㆍ정이 기업투명성 강화를 위해 내놓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회계제도 개선 ▦공시제도 개선 등의 대책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카드는 ‘집단소송제의 도입’과 ‘기관투자자의 감시기능 강화’이다. 특히 집단소송제 도입은 그동안 소수 오너의 폐쇄 경영이 문제가 된 대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계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연내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는 진념(陳稔) 재경부 장관의 다짐이 실현될 경우 허위공시와 부실감사에 대한 소액주주의 소송사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수기’ 역할을 했던 기관투자자의 감시기능 강화도 대기업과 대주주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 방침대로 연기금이나 투신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보유 지분에 걸맞는 ‘까다로운 주주’역할에 나설 경우 대주주 뜻대로 모든 것이 결정되던 주주총회 풍경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내용을 효과적으로 대외에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시체제 개편에 대한 연구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상태이다.

당ㆍ정은 또6월중 증권거래소를 통해 전체 상장법인의 ‘기업지배구조실태’를 집중 점검키로 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지배구조 모범기준 이행상황 ▦사외이사 직무수행기준 이행상황 등 정부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기업들에게 요구해온 주요 사항이 모두 포함된다.

이밖에도 기업 분식회계를 당국에 신고하는 내부고발자에 대해 단순 고발자는 신원을 보장하고, 관련 책임자일 경우에는 책임을 경감키로 한 것도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또 감독당국에 제출의무만 있던14개 대기업의 결합재무제표도 6월말 최초로 공개키로 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재계반응 - 재계 환영속 "당근 더달라"

정부의 규제완화조치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환영반-불만반’이다.

전경련은 31일 논평을 내고 “상시구조조정 취지에걸맞게 출자시한이나 영업업종 규제를 완화한 것은 의미가 크며 현지금융ㆍ신용공여ㆍ부채비율 규제개선도 수출기업 애로를 덜어주는데 기여할 것”이라고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완화의 반대급부조로 밝힌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해선 “소송남발로 기업경영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나타냈다.

재계는 부분적 규제완화에도 불구, 30대 기업집단제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날 경제 5단체장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간 간담회에서 김재철(金在哲) 무역협회장은 “30대 집단지정제는반에서 공부잘하는 30명에게 (칭찬을 커녕) 벌주는 것과 똑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규제완화조치로 수혜를 입는 기업도 많다. 정ㆍ재계간담회에서 삼성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이 요구했던 ‘금융계열사 의결권제한완화’가 수용됨에 따라 주력계열사의 외국인지분이많은 삼성은 경영권방어가 한결 용이해졌다.

신규지정된 30대 집단의 한도초과출자 해소유예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돼 올해 신규편입된 포철 하나로통신동양화학 태광산업 등은 1년의 시간을 벌게 됐다. 다만 현대자동차는 친족분리 3년이 경과하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한다.

신규핵심역량 투자에 대한 출자한도 예외인정으로 한국중공업을인수한 두산도 덕을 보게 됐다. 그러나 재계는 당초 희망했던 ‘공기업 인수 자체의 예외인정’이 거부돼 실망하는 모습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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